[FETV=김주영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세권’이라는 용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세권'은 특정 시설이나 장소와의 접근성을 기준으로 주변 지역을 일컫는 말로, 편리함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이 가까운 지역을 역세권, 공원이 가까운 곳을 공세권, 카페가 주변에 많은 곳을 카세권이라 부르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주거 환경과 생활 패턴에 맞춰 자신에게 적합한 지역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세권'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역세권, 슬세권, 학세권 등 다양한 ~세권 용어들의 의미와 인기를 끄는 이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부동산 트렌드를 살펴본다.
1. 역세권
지하철역이나 기차역과 가까운 지역을 뜻하는 말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 시간 절약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곳이다. 특히, 교통 혼잡이 심한 도시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역세권은 다양한 상업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주거와 상업적 가치를 높여준다.
2. 슬세권
슬리퍼 신고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편의시설이 있는 지역을 말한다. 편의점, 마트, 카페 등이 가까워 생활이 편리하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지역으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단거리 이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3. 학세권
학교, 특히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가까운 곳을 가리킨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학교가 가깝다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고, 학부모의 통학 부담도 줄어든다. 학원이나 교육 시설도 함께 잘 갖춰져 있어 교육 인프라를 중시하는 가정에 인기가 많다.
4. 숲세권
숲이나 녹지가 가까운 지역을 뜻한다. 코로나19 이후 자연친화적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공기가 좋고 조용한 환경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가 잦은 한국에서 숲세권은 건강을 위해 좋은 주거지로 인식되고 있다.
5. 공세권
공원이 가까운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산책이나 운동을 쉽게 할 수 있어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나 가족,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6. 병세권
병원이 가까운 지역을 뜻한다. 노년층이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응급 상황에서도 빠르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병세권에 살면 정기적인 진료나 치료를 받기에도 편리하다.
7. 카세권
카페가 가까운 지역을 말한다. 카페 문화가 발달하면서 재택근무나 작업 공간으로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카페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서 청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렌디한 카페들이 모여 있는 카세권은 핫플레이스가 되기도 한다.
8. 맥세권, 올세권, 스세권, 다세권... 등등 매장+세권
맥세권은 맥도날드세권, 올세권은 올리브영세권으로 올리브영이 도보 거리에 있다는 뜻이다. 스세권은 스타벅스가 도보거리에 있다는 뜻이고 다세권은 다이소가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단순히 매장이 가까워 생활이 편리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해당 지역의 입지가 발달했다는 증거로 인식되고 있다.
특정 매장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업적 가치와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상권에 접근할 수 있는 주거지는 입주민들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품질 높은 소비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점 여부는 지역 발전의 척도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아, 입주민들 사이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9. 도세권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텍스트 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도서관 근처 주거 지역인 도세권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서관이 가까운 곳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환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과 학습 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어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주거지로 인식된다. 특히, 독서를 즐기거나 자녀의 교육 환경을 중시하는 가정에서는 도세권이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꼭 맞는 ~세권을 찾는 거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카세권이나 숲세권, 운동을 즐기거나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공세권, 자녀 교육이 최우선이라면 학세권을 고려해보는게 어떨까?
날씨가 부쩍 추워진 요즘 같은 때, ~세권이 있다면 바로 '붕세권'(붕어빵 매대가 가까운 아파트)이 아닐까 싶다. 출근길에 따끈한 붕어빵 한 봉지를 사서 손을 녹이며 걸어가는 그 행복을 생각하면... 부동산의 진정한 가치는 결국 생활 속 작은 행복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