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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심위의 '합리적이라는 착각'

 

억울한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과거에 얽매여 같은 자리를 선회할 뿐이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억울한 일로 주홍글씨가 찍히게 되면 지난날 상처를 극복하고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어렵다. 여기 하자 판정을 받은 수많은 건설사들이 억울함을 토로한다.

 

공동주택의 하자 문제를 다루는 하자심의위원회(하심위)는 입주자와 건설사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중재 기관이다. 입주자들이 하자가 발생할 경우 하심위에 신청하면, 하심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하자 여부를 판정한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사를 공정하게 진행하지만, 건설사들은 하심위의 절차와 기준에 불만을 제기한다.

 

먼저 하자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하자가 발생한 시점과 구조물의 종류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만,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한 가구에서 발생한 하자를 모든 가구에 동일하게 적용해 통계 수치가 실제보다 과장된다는 불만도 있다. 예를 들어 3000가구 중 한 가구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3000가구에 하자가 발생한 것처럼 집계된다.

 

또한 건설사들은 입주민들과의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도 하자 통계에 포함되는 점을 억울해한다. 하심위가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하자 건수로 기록되기 때문에, 원만한 해결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하심위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자 판정에 대한 수치화된 점수 체계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건설사들은 하심위의 하자 판정 결과가 순위별로 공개되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최근 하자 판정 비율로 계산하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하자가 많은 건설사로 낙인찍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자 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입주자와 건설사 모두 동의하지 못하는 하자의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하자를 줄여 입주자에겐 안전한 집을 제공하고 건설사에겐 납득 가능한 피드백을 제시하기 위해선 하자 관련 분쟁을 중재하는 기관이 먼저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

 

하심위는 단순한 판정 기관이 아닌,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기관이다. 중재에 어느 한쪽이 여전히 억울함을 토로한다면 중재자로서 합리적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합리적이다’라는 착각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심위는 기관에 대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랜 시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