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석주원 기자] 국내 게임 산업에서 오랜 변방에 불과했던 콘솔과 패키지 분야가 새로운 개척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콘솔게임 시장 규모는 591억4100만달러(약 82조원)로 모바일게임 다음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국내 콘솔게임 규모는 1조1196억원으로 국내 게임 산업 전체의 5.1%만 차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은 모바일이 약 59%, PC가 약 26%로 두 플랫폼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국내 이용자들의 성향에 따라 모바일게임과 PC게임을 주력으로 개발하고 서비스해 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주력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과 PC가 강세인 국내 시장과 달리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콘솔이 게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 콘솔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지난해 출시된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다. P의 거짓은 하드코어 액션게임을 지칭하는 ‘소울라이크’ 형태의 액션 RPG로 PC뿐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PS)과 엑스박스(XB)로도 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단점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으며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수 700만명을 돌파했다.
네오위즈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P의 거짓은 해외 매출 비중이 93%에 달했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73%의 매출이 발생했다. 국내와 중국 시장을 벗어나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넥슨도 자본시장설명회를 통해 북미와 유럽, 일본 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콘솔 패키지 게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넥슨의 지역별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한국과 중국이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이정헌 넥슨 대표는 콘솔 패키지 시장 공략을 통해 3년 후 6조9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넥슨은 이미 ‘데이브 더 다이버’를 콘솔과 PC 멀티플랫폼으로 출시해 지금까지 300만장 이상 판매하며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더 파이널스’, ‘퍼스트 디센던트’ 등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콘솔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몇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초 공개한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이하 빈딕투스DF)’ 역시 넥슨의 콘솔 기대작 중 하나다. '빈딕투스'는 넥슨의 액션 MORPG ‘마비노기 영웅전’의 북미판 제목으로 빈딕투스DF는 기존 마비노기 영웅전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액션 게임이다. 현재 프리 알파 테스트만 한 차례 진행하고 출시 일정도 미정이지만 벌써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도 기대받는 콘솔게임 중 하나다. 2019년 지스타 게임쇼에서 처음 공개된 붉은사막은 그동안 정보 공개가 많지 않아 출시 여부가 의심받기도 했지만 최근 실제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다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개발사인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의 출시일을 미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와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아키에이지 크로니클’도 콘솔과 PC 멀티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다.
한편, 지스타 2024 전날에 개최되는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2년 연속으로 콘솔게임이 대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P의 거짓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으로서는 20년 만의 대상 수상작이었다. 올해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대상 후보로 올라 있으며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와 경쟁 중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시프트업이 소니 PS5에 독점으로 출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뛰어난 그래픽과 액션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판매량도 100만장을 돌파하며 시프트업의 코스피 입성에 큰 기여를 한 게임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콘솔게임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오히려 갈수록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고전하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콘솔게임이 주류이기 때문에 해당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콘솔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