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석주원 기자]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이용자가 늘면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주기적으로 게임 산업의 논란이 도마에 오르곤 하며 매년 국정감사(국감)에서도 단골 주제로 다루어진다. 올해 국감의 지목을 받은 게임사는 웹젠과 크래프톤이다. 웹젠 김태영 대표와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을 요청받았다. 웹젠 김 대표는 올해 초 모바일 MMORPG ‘뮤 아크엔젤’에서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기 오류와 관련해 오는 21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 출석을 요청받은 상황이다.
올해 3월부터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면서 일부 게임에서 그동안 잘못된 확률을 공개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뮤 아크엔젤의 경우 판매 중인 확률형 아이템에서 최상위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을 0.25%로 공개하고 뽑기 횟수가 늘어날수록 확률이 조금씩 증가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실제로 최상위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은 149회까지 0%였으며 150회부터는 0.1%로 공지한 확률보다 한참 낮은 것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웹젠 측은 확률 오류를 주장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정보를 공개하고 수정한 시점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시행 직전이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후 웹젠은 해당 아이템의 환불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환불 금액이 지출한 금액과 다르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불거져 다시 비판을 받았다.
웹젠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웹젠은 9월 말부터 10월 사이 ‘라그나돌: 사라진 야차공주(이하 라그나돌)’, ‘뮤 오리진’,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마스터 오브 가든(이하 어둠의 실력자)’의 3종 게임을 차례로 서비스 종료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이용자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9년이라는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 왔던 뮤 오리진의 이용자들은 웹젠이 서비스를 지속할 것처럼 과금을 유도한 후 기습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웹젠은 환불 범위를 확대해 이용자 달래기에 나섰다. 라그나돌과 어둠의 실력자는 해외 게임을 국내에 출시했다가 1년 만에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국내 이용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중이다.
이 외에도 지난달에는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모바일 MMORPG ‘R2M’의 서비스 중단과 600억원의 배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R2M을 ‘리니지M’의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심에서 웹젠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인정돼 승소한 바 있다. 웹젠은 지난해 1심 판결 후 항소장을 제출하고 강제집행정지와 담보를 공탁하며 항소심 판결까지 R2M의 서비스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연이어 터지는 악재 속에서도 웹젠은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웹젠은 2020년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2000억원 밑으로 떨어지며 위기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말 출시한 ‘뮤 모나크’의 흥행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하반기에도 ‘용과 전사’, ‘테르비스’ 등 신작을 준비하고 있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여러 악재가 겹치며 하락한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향후 출시하는 신작 게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은 게임과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사례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1일 공정위 청문회에 김태영 대표가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웹젠 측에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웹젠 관계자는 “국회의 요청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짧은 입장만을 전해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웹젠이 이번 국감에 신중히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