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기영 기자] 지난해부터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가운데 국내 유일의 토종 재보험사 코리안리와 외국계 재보험사 RGA가 공동재보험 수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 보험사 삼성생명과 은행계 생명보험사 1위 신한라이프가 코리안리와 손을 잡은 반면, 우리금융지주로의 매각을 앞둔 외국계 중형사 동양생명은 RGA와 연이어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금리 위험이 높은 생보사를 중심으로 공동재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RGA는 지난달 30일 동양생명과 15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올해 6월 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은 추가 계약으로, 총 수재금액은 3500억원으로 늘었다.
출재사인 동양생명은 지난해부터 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된 가운데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대응해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고자 추가 계약을 결정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시가로 변경하고 요구자본 측정 수준을 상향 조정한 K-ICS가 함께 도입됐다.
공동재보험은 원수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 위험 외에 금리 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이다.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계약 재매입, 계약 이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보험부채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RGA는 IFRS17 도입 전후 외국계 재보험사 가운데 가장 활발한 공동재보험 수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앞선 2021년 3월에도 ABL생명으로부터 양로보험인 ‘알리안츠 파워보험’ 보유계약 일부를 수재하는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RGA는 국내 공동재보험 시장 선두주자인 코리안리와 수재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코리안리의 공동재보험 누적 수재금액은 총 1조4300억원이다.
코리안리는 IFRS17 시행에 따라 공동재보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2017년부터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이후 2021년 신한라이프와의 첫 계약을 시작으로 매년 공동재보험을 추가 수재해왔다.
코리안리는 2021년 12월 신한라이프와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2300억원을 2022년 1월 수재했다.
이후 삼성생명과 2022년 11월 5000억원에 이어 2023년 11월 7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재금액이 대폭 증가했다.
코리안리와 RGA의 공동재보험 수재 경쟁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Big cut)’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하 기조로 인해 금리 위험이 높은 생보사를 중심으로 공동재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에 대응해 자본건전성 지표인 K-ICS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과 함께 공동재보험과 같은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에는 생보사들의 K-ICS비율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더 많은 보험사가 공동재보험 활용에 나설지 주목된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개 대형 생보사의 경과조치 전 기준 올해 6월 말 평균 K-ICS비율은 175.2%로 3월 말 187.2%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198.8%에 비해 23.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3월 말 첫 산출 이후 최저치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지난 10일 ‘2025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금리 하락은 손해보험보다 생명보험 K-ICS비율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하락과 해지율 상승에 대응해 K-ICS비율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