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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밸류업, 성공하려면

 

어제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기엄가치 제고) 지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거래소는 이번 지수가 기업들이 단순한 수익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본 효율성, 주주가치 환원 등을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다. 지수 도입 목적은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기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수 공개만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먼저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다.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의 숫자가 전체 상장사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마저 주로 금융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으로 다른 산업군의 참여는 저조한 상태다. 이는 대다수 상장사들이 아직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요성과 참여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정책 발표만으로는 기업들의 행동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계획을 공개한 일부 기업들도 형식적으로 지표를 충족하려고만 할 뿐, 실제 자본 효율성이나 주주 환원 정책은 미흡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상장사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금융당국을 넘어 정부 차원의 맞춤형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기업들에 비해 자본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경영 부담 없이 적극적인 주주친화 계획 수립에 나설 수 있도록 컨설팅과 함께 세제 혜택 등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또한 이번 지수를 기반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또한 금융 상품의 출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자본시장 주요 참여자로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현재 증권사 중에서는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DB금융투자 등 순으로 단 세곳만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KRX 증권 지수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5배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개에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 증시는 장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겪어 왔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소홀히 했다는 경영 방식이 주 비판 지점이다. 이제는 이러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은 단기 수익보다는 기업가치 제고와 함께 장기적 성장 전략을 세워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금융당국과 정부의 구체적 지원 역시 수반돼야 한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마저 유명무실하게 끝난다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문구는 계속해서 국내 증시를 따라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