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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그들만의 놀이였던 ‘서브컬처 게임’, 이제는 ‘돈’ 된다

 

[FETV=석주원 기자] 지난 3일, 넥슨 이정헌 대표는 일본에서 개최한 자본시장설명회에서 서브컬처 게임이 더 이상 서브가 아닌 주류 장르로 성장했다는 발언을 했다. 넥슨의 대표 모바일게임인 ‘블루 아카이브’를 언급하면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Sensor Tow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3주년을 맞이한 올해 2월 기준, 누적 매출 5억달러(약 670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와 함께 국내 서브컬처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 역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시프트업의 코스피 입성의 주역이 됐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서브컬처는 이미 게임 시장의 주류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오타쿠’ 집단임을 내세우는 중국의 게임개발사 미호요(miHoYo)가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원신’은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호요는 원신 이후에도 ‘붕과: 스타레일‘과 ‘젠레스 존 제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인터넷을 타고 표면으로 올라온 서브컬처

 

서브컬처는 보통 비주류 문화를 지칭하며 소수의 공감대를 가진 집단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재생산하며 특징을 갖고 있다. 서브컬처 장르는 1990년대 후반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세계 곳곳으로 스며들었지만 대부분 소수 집단에서 누리는 콘텐츠라는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러한 서브컬처 장르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기 위해 주로 책이나 오프라인 동호회 모임을 통한 정보 교환 등 좁은 범위에서 한정된 정보들의 교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고 정보의 교류가 쉬워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더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게 됐다.

 

또한 젊은 세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서브컬처 관련 콘텐츠가 거부감 없이 소비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접근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서브컬처에서 파생된 용어들이 일상에서 사용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과거 서브컬처가 주류가 되지 못하고 그들만의 문화로 남았던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세대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서브컬처를 소비하는 시장이 확대되면서 서브컬처 게임 역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 높은 충성도에서 비롯된 거대한 소비 시장

 

서브컬처 시장의 강점은 소비자들의 높은 몰입도와 충성도에 있다. 비주류 문화에 머물던 시절부터 서브컬처를 소비하는 마니아 계층은 자신들이 좋아하게 된 대상에 깊이 몰두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한 번 몰두하게 된 대상에서 쉽게 이탈하지 않으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서브컬처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브컬처 게임의 소비자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수십~수백만원의 지출을 마다하지 않으며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쉽게 게임에서 이탈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러한 서브컬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잘 배치해야 한다. 단순히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고 비주얼만 예쁘다고 성공할 수 없다.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게임 시스템 자체는 다른 캐릭터 수집 게임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며 게임 자체의 재미만 놓고 보면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이용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브컬처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이는 주요 개발자들부터가 서브컬처 문화에 익숙하고 직접 소비했던 사람들인 영향이 크다.

 

미호요의 원신이나 시프트업의 니케 역시 핵심 인력들은 오래 전부터 서브컬처 문화를 접해 오고 직접 소비해 봤던 사람들이다. 즉 서브컬처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개발자들 스스로가 서브컬처를 경험해 보고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 어떤 부분에 몰입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서브컬처 시장의 잠재력이 커지고 많은 게임사들이 서브컬처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단순히 겉보기만 비슷하게 만들어서는 제2의 블루 아카이브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서브컬처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높은 만큼 입맛도 까다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