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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디게임 전성시대, 대형 게임사도 주목한다

[FETV=석주원 기자] 최근 게임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된 게임이 하나 있다. 출시하기 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며 출시한 후에도 호감을 주기 어려운 주인공의 외모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한 게임 시스템으로 평가가 갈리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깊이 있는 스토리와 주인공의 독특한 매력이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이 게임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무협 육성 게임 ‘활협전(活俠傳)’의 이야기다.

 

활협전은 단 두 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대만의 게임 개발사 Obb Studio에서 만들었다. 이들은 6년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활협전을 개발했는데, 더 이상 개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안 좋아져서 미완성의 게임을 그대로 출시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초기 버전에서는 많은 악평을 받았다. 이후 게임의 업데이트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점차 평가가 높아지기 시작해 최근 30일 내 평가에서는 긍정 평가가 95%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 스트리머들과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활협전의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한국 인기 순위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활협전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임의 가격이 2만원이므로 단순 계산으로 2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한 셈이다.

 

 

활협전처럼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개발한 게임을 흔히 인디게임으로 분류한다. 최근 수년 사이 인디게임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2022년 출시한 인디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Vampire Survivors)’는 그해 스팀에서 전체 평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단순한 조작감과 몰입감 그리고 3300원(현재는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비슷한 게임이 우후죽순 개발되며 ‘뱀서류’라는 장르를 유행시키는 시초가 됐다.

 

인디게임은 많은 자본이 투입된 대형 게임들과 비교해 낮은 그래픽 품질과 가벼운 게임성, 적은 플레이 시간 등 전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대신 인디게임은 부담 없이 게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며 높은 몰입도로 단점을 상쇄한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경우 방향 버튼만 사용하는 간단한 조작법과 330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 게임을 빠르게 확산시킨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만 특유의 몰입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흥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방송 시장의 성장은 인디게임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게임 스트리머들이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인디게임을 발굴해 소개하면서 홍보 채널이 크게 늘어났다. 이 중에서 유행을 타는 게임이 생기면 앞서 언급한 활협전이나 뱀파이어 서바이버와 같은 성공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인디게임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대형 게임사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되는데, 인디게임은 훨씬 적은 개발비로 빠르게 승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한 인디게임이 성공할 경우 투자 대비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실패 시 부담해야 할 손해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네오위즈가 출시한 원더포션의 ‘산나비’가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경우에는 일찍부터 자체 게임 유통 플랫폼 ‘스토브’에서 인디게임을 적극적으로 유통하면서 여러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플랫폼과 시장 확장에 나선 넥슨은 자체 스튜디오에서 인디게임 스타일의 ‘데이브 더 다이브’를 선보이며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재, 게임 업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개발비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발비가 높아지는 만큼 게임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게임은 게임 가격을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좋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디게임 시장은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