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지난 5월 법안 폐기로 중단됐던 토큰증권(ST) 법제화 작업이 이달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토큰증권 법제화에 나서면서 증권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 형태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토큰증권발행(STO)을 통해 미술품, 부동산 등 특정 자산을 기초로 조각투자 할 수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이달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었다.
이번에 김 의원이 재발의할 예정인 개정안에는 토큰증권이 안정적으로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에 동일한 제도가 적용되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특히 제재 사항 등 세부적인 시행령이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 김재섭 의원실은 오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큰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법 방향 세미나'를 개최해 금융당국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토큰증권 법제화는 단순히 새로운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전통적인 증권시장과는 달리, 토큰증권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투명성과 신속성을 강화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접근 가능한 글로벌 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토큰증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토큰증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증권형 토큰에 대해 연방증권법을 적용해 규제하고 있다. STO를 통해 발행된 디지털 자산이 증권으로 간주될 경우, 기존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며, 특정 가상자산이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사례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STO에 금융상품거래법을 적용하여 제도권 내로 편입시켰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율규제 기관도 존재한다. 2019년 6개의 대형 증권사가 설립한 일본 STO 협회는 2020년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이후, 관련 업계 규칙과 지침을 제정해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법안 폐기 전까지 토큰증권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관련 신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미 미래에셋증권은 토큰증권 실무협의체 워킹그룹을 결성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한국투자ST프렌즈를 발족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ST증권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토큰증권 시장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한 후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을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5월 21대 국회가 여야 대치로 인해 법제화가 늦어졌고 관련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토큰증권 시장에 다시 활기를 띄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 확립이 급선무라는 말이 나온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가이드라인과 개정안을 제시했음에도 직전 국회에서 폐기된 부분으로, 재상정 논의도 필요하다"면서, "가상자산보다 토큰증권의 활용도가 더 높아 뱅카우, 서울옥션블루 등의 기업들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제도적 판을 깔아서 실제로 이 기업들을 움직여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 모두 토큰증권에 대한 의견 차이는 크지 않아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법안이 무리없이 통과될 경우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2030년까지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부동산, 미술품, 한우 등의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최근 관련 세미나에서 “토큰증권 제도가 법제화될 경우 다양한 기초자산과 혁신적인 금융상품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또한 분산원장을 법적 장부로 인정하는 사례로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