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831/art_17227473018591_bd3336.jpg)
[FETV=박지수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밝지 않다. 반도체 사업 새 수장은 조직문화 개선 카드를 꺼내 들었고, 25일간 총파업을 해 온 노조는 현업에 복귀는 하지만 장기적인 투쟁은 이어간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10조44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HBM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DDR5와 고용량 SSD 제품의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캐파(생산능력) 확대와 맞물려 하반기 HBM 매출 비중이 상반기 대비 3.5배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S 부문 매출(28조5600억원)이 TSMC의 매출(6735억1000만 대만달러·약 28조5000억원)을 근소하게 추월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타이틀을 되찾았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신호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은 이어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 문화를 재건해야 한다"며 '반도체 신(新)조직문화'(C.O.R.E. 워크)를 제시했다.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뜻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하락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일 4.21% 급락하며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의 낙폭은 2020년 6월 15일(4.59%) 이후 약 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움직임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대(對)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추가 조치에도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일단 새 조치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조 리스크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사측과 '끝장 교섭' 결렬 이후 현업에 복귀하기로 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의 임금 손실과 대표교섭 지위 종료 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단 노조의 현업 복귀로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전삼노가 정치권, 시민단체 등과 연대, 게릴라식 부분 파업 가능성 등을 예고한 만큼 노조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