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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티몬·위메프,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사재출연 약속 사실상 ‘불가능’

법인회생 절차 기간 동안 채무 유예···기업회생하면 채권 동결 ‘줄도산 우려’
구영배, 큐텐 지분 42.8% 대주주···“큐텐 지분 매각 또는 담보로 사태 수습”
티몬·위메프 미정산 금액 2100억 원 가량 추산···6~7월 합산시 1조 원 넘을수도

[FETV=박지수 기자]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티몬·위메프가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은 재정 위기에 놓인 기업이 법원의 관리·감독하에 빚의 일정 부분을 갚고 나머지는 탕감받는 제도다. 이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본인의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약속한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나온 결정이다. 티몬·위메프는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Qoo10)그룹 계열사다. 

 

유통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발표한 사태 수습 해결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양사 미정산 금액 규모가 최대 1조원 넘게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큐텐 계열사 전반의 기업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티몬·위메프 피해가 눈덩이로 커지면서 중·소상공인들의 연쇄 도산 우려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 임의 출석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구 대표와 함께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참석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구 대표의 실제 출석 여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앞서 티몬·위메프는 전날(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법인)회생을 신청했다. 회생 절차는 채무자와 자본의 10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자본의 10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지분을 가진 주주·지분권자가 신청할 수 있다.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채권단은 기존 티몬·위메프 대출업체와 이번 사태로 고객 환불에 나선 카드사,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페이사 등이 중심이다.

 

아울러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최대 6만곳의 셀러(판매자)도 기업회생이 받아들여지면 채권자 신분이 된다. 티몬·위메프는 입장문을 통해 “거래 중단과 회원 이탈로 인한 현금 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회생 제도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판매·구매 회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법인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은 향후 심문기일을 열어 티몬·위메프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한 뒤 회생 절차를 개시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통상 이 절차는 1주일가량 걸린다. 티몬·위메프의 심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원은 회생 신청 이유를 살펴본 후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산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내리게 된다. 재산 보전처분이 내려지면 임금·조세 등을 제외한 기존 채무를 상환할 필요가 없어진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통상 신청 한 달 이내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개시가 결정된다. 티몬·위메프가 기업 회생을 신청함에 따라 셀러는 물론, 소비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금융 채권뿐 아니라 일반적 상거래 채권까지 모두 동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채무 일부 탕감을 포함한 최종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전액 정산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자체를 기각하거나,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으면 티몬·위메프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파산할 경우 판매자들은 거의 정산금을 돌려받기 어려워 피해자 보상은 더욱 힘들어진다.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인 티몬·위메프에 자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한 탓이다. 이 때문에 중소상인 판매자들은 물론 이들과 연결된 수많은 업체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회생 절차 과정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도 신청한다고도 밝혔다. ARS는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기업의 부채 3분의 2 이상을 가진 채권자(또는 채권자 모임)에서 ARS 프로그램 절차에 반대하면 언제든 통상적인 기업회생절차(이른바 법정관리)로 돌입하게 된다.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선택한 것은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규모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티몬·위메프의 누적 손실은 각각 1조2644억원(2022년 말), 7559억원(2023년 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모회사 큐텐의 누적 손실액은 약 4315억원(2021년 말)으로 2019∼2021년 매년 1000억원 안팎 적자를 냈다.

 

티몬·위메프가 당장 해결해야 할 대금은 소비자 환불금과 셀러 정산금으로 나뉜다. 정부가 이날 추산한 두 회사의 판매자 미정산 금액은 2134억원이다. 이는 양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금액으로 대부분 지난 5월 판매분에 해당한다. 업계에선 6~7월 판매대금까지 합치면 미정산금이 5000억원이 넘고, 다른 계열사를 더할 경우 경우 최대 피해가 1조원 이상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구 대표의 사재 출연 약속은 ‘거짓말’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 대표는 이날 오전 9시쯤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구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큐텐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다”며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큐텐 지분 42.7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구 대표의 지분(42.77%) 가치는 약 4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 가치로 그룹이 존폐 위기에 몰린 지금은 해당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지분 매각이나 담보 대출을 받는 것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 대표가 밝힌 그룹 차원의 펀딩과 M&A도 쉽지 않다. 구 대표 개인 자산의 경우 과거 창업한 G마켓의 보유 지분을 팔면서 715억 원을 손에 쥔 이력이 있어 상당한 금액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법무부는 구 대표는 물론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검사 7명을 투입했다. 검찰은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7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사기·횡령·배임·전자상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