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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카드사

[FETV=임종현 기자] "회사가 돈을 잘 벌면 좋아해야 하는데... 씁쓸합니다."

 

최근 카드사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회사 실적과 관련해 자주 들은 말이다. 회사가 돈을 잘 벌어야 처우도 좋아지고, 성과급도 기대할 수 있는데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졌다.

 

일단 카드사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72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5835억원) 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다.

 

그간 카드사들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금융 당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카드사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엄살 아닌가"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적만 보면 맞는 말이다. 다만 눈에 보이는 숫자 말고 이면을 보면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카드론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해석이다. 실제 8개 전업카드사가 올해 1분기에 카드론으로만 번 수익은 1조1869억원이다. 지난해 동기(1조874억원) 대비 9.1% 늘어났다.

 

올해 카드론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지난 5월말 기준 4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 3월(39조9644억원) 대비 554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아울러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출로 기존 빚을 상환하는 '대환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1조9106억원으로 지난해(1조3417억원) 대비 6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카드사에게 카드론은 '양날의 검'이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 등의 이유로 본업에서 얻는 수익이 줄어드니, 카드론 등 대출상품을 통해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5월 기준 14.22%로, 금리가 높다. 

 

다만 카드론 이용자 대부분이 중·저신용자라 3~4개월은 제때 갚을 수 있어도, 이후 상황이 악화돼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빚을 못 갚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카드사의 연체율은 상승한다. 올 1분기 기준 일부 카드사들의 실질 연체율이 2%를 넘어섰다. 통상 업계에서는 실질 연체율이 2%대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본다. 

 

불황일수록 돈을 더 잘 번다는 카드사 직원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카드사가 진짜 호황기라서 돈을 잘 번게 아니고, 그만큼 서민들이 살기 팍팍해져 돈 빌릴 곳이 없어 카드론까지 손을 댄 다는 것이다. 마냥 웃기 어려운 현실이다. 카드사의 1분기 실적이 일종의 '불황형 흑자'인 만큼 하반기에 위기가 닥칠 지 지켜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