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시작된 자산운용사의 ETF(상장지수펀드) 브랜드 교체가 확산되고 있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ETF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투운용이 지난 2022년 ETF 브랜드 정체성(BI)를 'KINDEX'에서 'ACE'로 변경한 후 점유율이 급등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부터 KB자산운용의 모든 ETF 브랜드 BI는 기존 KBSTAR에서 'RISE'로 변경을 완료했다. KB자산운용 ETF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찬영 ETF사업 본부장은 과거 한투운용에서도 BI 변경 작업을 주도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김 본부장이 KB자산운용에서도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운용은 과거 'KINDEX'에서 'ACE'로 BI를 변경하면서 ETF 목록 최상단에 노출되는 효과를 봤다. 각종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나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에서는 첫화면 실행시 알파벳 순서에 따라 ETF가 나열되는데, 'A'로 시작하는 'ACE'가 상단에 노출되면서 투자자들의 눈에 쉽게 띄게 된 것이다.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은 BI 변경 이후 급등했다. 2022년 말 4.9%였던 점유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6.8%까지 높아졌다. KB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도 3.14%포인트(p)에서 0.79%p로 대폭 줄었다.
이에 KB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한투운용의 성공 사례를 따라 ETF BI를 변경하고 있다. 이들 운용사들은 모두 기존 BI보다 짧고 친숙한 단어를 새로운 이름으로 선택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쉽게 기억되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B자산운용은 'RISE' ETF를 통해 '성장'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했다. 지난 4월 KTOP에서 1Q로 BI를 변경한 하나자산운용은 '1Q' 브랜드를 활용해 그룹 디지털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했다. 아직 새 BI를 공개하지 않은 한화자산운용은 기존 'ARIRANG' 대신 'PLUS' 혹은 'EAGLES'가 후보로 거론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패시브형과 액티브형 브랜드가 다른데, 'KOSEF'를 'HEROES'로 변경하며 통합을 추진 중이이다. 양 사는 새 브랜드를 통해 ETF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투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한편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20년 말 52조원에서 2023년 말 92조원으로 3년 만에 70% 넘게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며 상반기는 150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ETF 종목수는 2020년 468개에서 지난 2일 863개로 두배로 늘기도 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TF BI 변경이 단순한 '이미지 쇄신'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용사들은 수수료 인하,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BI 변경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과 운용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