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지방금고' 노리는 시중은행...고심 커진 지방은행

'부산시금고' 놓고 부산 vs 시중은행 대결, 출연금 경쟁 번지며 부담 커져
지방금융 회장들, 감독당국에 하소연..."지역 재투자.평가 결과 반영해달라"

 

[FETV=임종현 기자] 전국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지방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수십 년간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를 맡아온 지방은행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협력사업비)을 동원해 지역 금고 공략에 나서자, 지방은행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년 만에 새로 선정되는 부산시금고를 향한 은행들의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현재 부산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1금고, 2금고를 각각 맡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 등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24년째 지켜온 1금고를 두고 경쟁 입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달 중 시금고 신규 지정 절차에 나선다. 시는 설명회, 심의위원회 등 심사를 거쳐 이르면 9월 말 향후 4년(2025년부터 2029년까지)의 금고 관리 은행을 선정한다. 금고로 선정된 은행들은 15조원에 달하는 부산시 예산을 책임진다. 1금고는 시 예산의 70%에 달하는 부산시 일반회계와 18개 기금을, 2금고는 나머지 30%를 맡아 공기업 특별회계와 기타 특별회계 15개를 취급한다.

 

부산시는 지난 2020년 시금고 지정 심의 때 2개 이상의 금융기관 경쟁을 원칙으로 규정, 주금고와 부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중복 지원 강점을 살려 1금고와 2금고 동시 지원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하나은행 등도 2금고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민·하나은행 등은 시금고 입찰 전부터 부산신용보증재단 정책자금 출연금을 늘리는 등 지역사회 기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금고 지정 평가 기준에는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도 포함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부산신용보증재단에 110억원을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총 116억원을 내놓았다. 국민은행도 지난 3월 60억원에 이어 5월에도 60억원을 더해 총 120억원을 출연했다. 부산은행도 출연금을 100억원으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이 출연금 경쟁까지 하며 지자체 금고에 도전하는 이유는 기관 자금을 저원가성 예금으로 대거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관련 기관도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 정책 사업 참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 교체다. 광주은행은 지난 50여 년간 조선대학교의 주거래은행을 맡아왔는데, 지난해 7월 신한은행에 그 지위를 빼앗겼다. 지난해 울산시금고의 경우 경남은행이 국민은행과 치열한 싸움끝에 사수에 성공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시 예산을 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공무원들까지 당행 고객으로 잡을 수 있다”며 “조선대학교 경우도 신한은행이 내건 조건이 더 유리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또 무작정 참여하는 것이 아닌 입찰 조건을 맞춰보고 전략적으로 판단해 참여한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의 위기감이 커지자 지방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 4월에 열린 간담회서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시금고 과당경쟁에 대해 하소연하기도 했다. 지자체와 지역 대표 기관이 금고를 선정할 때 출연금만이 아닌 은행의 지역 재투자 평가 결과를 반영하도록 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 공세에 지방은행들이 예전처럼 금고 지위를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