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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2차례 연속 동결...금리 인하 언제 쯤

 

'시장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일 열린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 금리를 그대로 동결했다.18개월째 동결로 역대 최장 유지 기간이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기간이 우리 경제 역사상 가장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4·5·7·8·10·11월과 올해 1·2·4·5월에 이어 12회 연속 동결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 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p) 올린 것을 시작으로 총 10차례에 걸쳐 3%p를 올렸고, 2023년 2월부터는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소수 의견 없이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결정됐다. 다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급증 상황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값 상승세가 16주 연속 이어지는 동시에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도 올해 상반기에만 27조원 가까이 급증해 2021년 상반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은 금리 인하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금리 인하 검토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 상황에 대해  "집값 상승과 가계 부채, 환율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차선을 바꾸고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통화 정책 전환(피벗) 깜빡이’가 켜진 것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의 시기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 환율 상승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려면,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고, 가계대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돼야 한다. 시장에서는 빨라야 오는 10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듭을 묶기는 쉬워도 풀기는 어렵다. 한은 앞에 놓인 기준금리도 그렇다. 물가, 부채, 경기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타래가 그렇듯 서두를수록 더 꼬인다. 무엇보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한은 '독립성' 훼손 발언은 자제되어야 한다. “이제 금리는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한덕수 국무총리)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고, 실제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고금리는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당이 논의를 주도하겠다.(원회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정부와 여당의 메세지는 민생 실태를 한은에 전달하려는 신호다. 시장 일각에서 한은의 정부로부터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은은 1990년대 후반까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라는 오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후 몇차례 한은법 개정을 통해 한은 총재의 독립성과 통화신용정책 자율성 등이 보장됐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한은의 12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은 통화정책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는 동안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향후 정부와 한은의 재정정책통·통화신용정책 방향이 실타래 처럼 얽힌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 의지가 많이 반영되길 바란다. ‘중력이산’(衆力移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산을 옮길 수 있다는 뜻으로, 위기에도 힘을 합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내일 희망이 있다면 오늘 고통은 견딜 수 있다.

 

 

정해균 편집국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