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728/art_17206585434545_74f2be.jpg)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12회 연속 동결로, 역대 최장기간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찮고 환율이 불안정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역시 금리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3·6·9·12월을 제외하고 매년 8번 금통위를 열어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계대출'이 자리해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6.3조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주담대 누적 증가액(+26.5조원)은 2021년 상반기(+30.4조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한은이 선뜻 금리인하에 나설수 없도록 하고 있다. 주담대가 상승세를 탄 이 시점에서 기준금리까지 내리면, 약 3년 전 집값 폭등·가계대출 급증 등 금융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 이에 이창용 총재는 지난 9일 국회에 출석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횡보하고 있는 점도 한은이 금리인하를 머뭇거리게 한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현재까지도 139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미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일(현지시각) 연방 상원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한적 통화정책을 너무 늦게 혹은 너무 적게 완화하는 것은 과도하게 경제활동과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국내 물가 지표는 한은 목표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2%까지 내려왔다. 한은의 목표 수준은 2%다. 앞서 이 총재는 금리인하 고려의 전제 조건으로 '하반기 2.3∼2.4% 흐름'을 언급,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