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NH농협은행의 비용효율성이 국내 대형은행 중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WM(자산관리) 사업의 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언급, 수익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판매관리비 증가율이 총영업이익 상승률을 훨씬 웃돌면서 외려 비용효율성이 떨어졌다. 판관비는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농협은행이 남은 하반기 비용관리에 힘써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3.96%로, 전년 같은 기간(40.9%)보다 3.06%포인트(p) 상승했다. 'CIR'은 은행의 대표적인 경영효율성 지표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총영업이익 중 인건비·임대료 등 판매관리비의 비중을 나타낸다. CIR이 낮을수록 작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내 경영효율성이 좋다는 의미다.
농협은행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큰 폭으로 CIR이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3월 말 CIR은 40.3%로 1년 전(38.3%)보다 2%p 올랐으며, 하나은행은 37.1%에서 37.4%로 0.3%p 높아졌다. 반면 우리은행은 42.1%에서 40.9%로 1.2%p 내렸으며, 신한은행은 37.89%에서 36.03%로 1.86%p 낮아졌다. 작년 1분기 CIR이 가장 높았던 우리은행이 올해 개선에 성공하면서 농협은행이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농협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은 489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329억원)보다 33.2% 줄어들었다.

농협은행의 비용효율성 지표가 나빠진 데는 판관비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농협은행의 올 1분기 일반관리비는 9120억원으로, 전년 동기(8309억원)보다 9.8%(811억원) 늘었다. 일반관리비는 기업활동의 전반적인 관리와 유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접대비, 광고선전비, 용역비, 용품비 등 매출원가에 속하지 않는 모든 영업비용을 포함한다.
기업이 비용 절감에 나설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이 부문이 총 영업이익 증가율(2.1%)을 훨씬 넘어서는 10%가까이 불면서 CIR 지표 개선 발목을 잡았다. 5대 은행 중 하나(-4.2%)·우리(-1.4%)은행은 올 1분기 판관비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으며, 신한(1.0%)·국민(5.2%)은행은 5% 안팎 수준에서 증가했다.
농협은행이 농협금융그룹의 가장 큰 자회사인 만큼 은행의 판관비 증가는 그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일반관리비는 작년 1분기 1조882억원에서 올해 은행 증가분(811억원)을 포함해 1조2056억원으로 1174억원(10.8%) 늘었는데, 3월 말 기준 그룹 일반관리비가 1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5년래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월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석용 은행장이 취임일성으로 '원가의식'을 강조하는 등 비용효율성을 당부한 만큼 농협은행이 CIR 지표 개선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관리비의 경우 농협은행이 지난해 영업점 수를 5개 줄이고도 9.8% 늘어난 반면, 같은 대형 시중은행인 하나은행은 영업점을 4곳 늘리고도 오히려 4.2% 감소했는데, 이는 농협은행의 비용효율화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은행들보다 점포 수가 많아 판관비가 일반적으로 높은 데다 점포 감축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비용절감을 목표로 판관비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농협은행 영업점 수는 1110곳으로, 다른 5대 은행(622~806곳)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