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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고객만족 기초한 경영혁신 나서야

[FETV=박지수 기자] 학창시절 기자는 학생회 임원을 맡았다. 당시 기자가 다니는 학교는 야간 자율 학습이 필수였다. 다음 날 단어시험이 있었지만, 기자는 땡땡이(?) 치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논 적이 있다. 그날 시험을 망친 것은 물론 노래방에 간 게 들킨 기자는 교무실에 불려 가 “너는 학교를 대표하는 얘가 그러면 어떻게 하냐?”며 혼이 났다. 꾸지람을 듣는 내내 임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크게 반성한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겐 언제부턴가 실적부진의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제주소주, 삐에로쑈핑, 부츠 등 잇단 사업 철수는 물론 이마트24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탓인듯 하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계열사 불매운동이 확산된 적도 있다. 

 

주위에서 말려도 “개인적 공간”이라며 멈추지 않던 정 회장은 지난 3월 8일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이마트가 사상 첫 영업손실을 내며 그룹내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속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이뤄진 승진이었다. 1995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지 28년 만이자 2006년 부회장을 맡은 지 18년 만에 왕관을 쓴 정 회장이기에 그룹 총수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기자의 것과 비교될 수 없을 듯하다.  

 

정 회장은 취임 후 두문분출하며 경영에만 몰두하는 등 완전히 달라졌다. 즐겨하던 SNS 활동을 중단하고 야구장과 골프장 출입도 멈췄다. 또 ‘신상필벌(信賞必罰·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진 수시 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 수장에 오른 지 100여 일 만에 세 명의 계열사 대표를 갈아치웠다. 그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수시 인사에 대해 오너 일가만 신상필벌 원칙을 피해 가는 거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지 자선단체가 아니다. 그러나 대표를 바꾼다고 해서 당장 조직이 직면한 무수한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주진한 실적이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의 정 회장의 행보를 떠올리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듯 싶다. 인터넷을 통해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속 고객들이 신세계를 방문해야 할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젠 고객의 입장에서 혁신의 칼을 뽑아야할 때가 왔다. 혁신을 통한 확실한 실적 개선으로 경영 능력을 보여줄 정 회장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