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권 G마켓 신임 대표(왼쪽)과 최훈학 SSG닷컴 신임 대표(오른쪽). [사진=신세계그룹 제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625/art_17188448140725_cfa198.jpg)
[FETV=박지수 기자] 나란히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형권 G마켓 대표와 최훈학 SSG닷컴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G마켓과 SSG닷컴은 모두 적자 행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전문가들이 이들을 향해 '구원투수', '소방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업계에선 양사 대표가 수익성 중심의 조직개편과 허리띠 졸라매는 긴축경영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은 이마트가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는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을 품에 안은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021년 6월 24일 이베이 미국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 4404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이마트는 SSG닷컴과 시너지 창출을 꾀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G마켓은 이마트가 인수한 뒤 지난해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2020년 8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G마켓은 이마트에 인수된 첫 해 4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이후 2022년 6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역시 3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8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마켓은 2021년 이마트에 인수되기 전까지 업계 유일 ‘흑자 기업’이었다.
SSG닷컴 역시 마찬가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3월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를 각각 물적분할해 통합법인인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SSG닷컴은 2019년 819억 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1억 원, 지난해 10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액은 139억 원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양대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 수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신세계그룹은 전날(19일) 지마켓을 이끌 새 대표로 정형권 前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또 SSG닷컴 신임 대표에는 그로서리(식료품)·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가 대표를 겸직한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8일 회장으로 승진한 후 103일 동안 두 차례의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정 회장은 경영 성과 등 실적이 부진한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신상필벌(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 입각한 수시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강화다. 실제로 1973년생인 정 신임 대표(부사장)는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15년간 뱅커로 근무하다 2015년 쿠팡에 재무 담당 임원으로 영입됐다. 이후 2017년부터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투자, 이커머스 및 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서 새로운 리더십 구현을 통해 지마켓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균형 있는 성장 토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마켓은 주요 핵심 임원들을 물갈이하는 한편 역량·효율성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진행한다. 지마켓은 기존 PX 본부를 PX(Product eXperience)본부와 Tech(테크) 본부로 분리한다. 개발자 조직인 테크 본부를 별도 조직으로 둬 AI 등 미래 성장을 견인할 기술 분야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겠단 의지다. 지마켓 CPO(최고제품책임자)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를 영입했다. 신임 테크 본부장은 쿠팡 출신의 오참 상무를 영입했다. D/I(Data/Infra) 본부장에는 이마트 D/T(Digital Transformation) 총괄을 맡고 있던 안종훈 상무가 자리를 옮겼다.
최 신임 대표(전무)는 공채로 이마트에 입사해 경영전략실을 거쳐 마케팅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신세계그룹은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SSG닷컴도 기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SSG닷컴은 기존 4개 본부(D/I, 영업, 마케팅, 지원) 체제를 2개 본부(D/I, 영업)로 줄였다.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지원본부 부서들은 대표 직속으로 둔다.
최 신임 대표는 SSG닷컴 지분 신규 매수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신세계와 이마트는 SSG닷컴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보유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FI는 현재 보유 중인 SSG닷컴 지분 30%(보통주 131만 6492주)를 올해 말까지 신세계·이마트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 자에게 매도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에 FI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 인수 제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이마트 입장에서는 6개월 이상 시간을 벌었지만, 새 FI 지정 불발 시 1조 원 이상을 들여 지분을 되사야 한다. 앞서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은 2019년 3월과 2022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SSG닷컴에 1조 원을 투자했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군은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했다. 최근 신세계는 ‘범삼성가(家)’중 하나인 CJ그룹과 손을 맞잡았다. 정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사촌 관계다. 신세계와 CJ는 지난 5일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 상품, 미디어 콘텐츠 등 전방위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SSG닷컴·G마켓의 물류를 CJ대한통운에 맡겨 비용을 아끼고 SSG닷컴은 본업인 그로서리 분야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제휴는 정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CJ그룹의 협력은 CJ대한통운과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실무진 간 협의에서 시작했지만 정 회장에게 보고가 올라간 뒤 그룹 간 양해각서(MOU) 체결로 이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초저가 공세 속 막대한 자금력을 이기기엔 한계가 있다”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커머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사업이 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