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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회장 100일] 신세계 정용진號의 성과는?

정용진, 지난 3월8일 회장 승진…15일 회장 취임 100일
이마트, 작년 첫 적자 후 ‘비상경영’…1분기 실적반등 성공
CJ그룹과 물류·상품·미디어 맞손…수시인사 등 신상필벌 강화

[FETV=박지수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정 회장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수익성 강화’다. 최근 신세계에 몰아친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회장의 지난 100일 동안 경영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정 회장은 취임 후 경영에만 몰두하며 ‘변화’와 ‘인적 쇄신’에 속도를 냈다.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세계그룹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그의 경영 능력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신세계건설·이마트24·SSG닷컴 등의 실적이 여전히 부진한 데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공세 속 돌파구 마련과 주가 안정화는 숙제로 남아있다. 본격적으로 돛을 올린 신세계 정용진호(號)의 안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3월 8일 정 회장은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18년만, 1995년 입사 이후로 따지면 28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았다. 막중해진 책임감만큼 정 회장은 취임 후 경영에만 매진하고 있다.

 

‘용진이 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정 회장은 8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장 승진 이후 즐겨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중단하고 경영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정 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일상생활 모습을 공개해 왔다. 야구장과 골프장 출입도 멈추고 업무시간은 더 늘렸다. 실제로 정 회장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을 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취임 전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1월 17일 기존 전략실 이름을 경영전략실로 바꾸면서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했다. 또 전략실 산하 지원본부와 재무 본부를 각각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개편했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개편 후 첫 전략회의에서 지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두 번째 전략회의에서는 그룹 전반에 대한 인사시스템 재점검과 개선을 주문하며 모든 인사와 보상은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해야 한다는 ‘신상필벌(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 입각한 임원진 수시 인사도 예고했다. 업무 영역별로 구성원 모두가 수긍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명확한 핵심성과지표(KPI)를 수립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 지난 4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 촐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 회장의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쇄신 인사기도 하다.

 

수익성 개선에도 고삐를 바싹 당겼다. 이마트는 정 회장 취임 후인 약 2주 만에 창사 후 31년 만에 첫 전사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상은 근속 15년·과장급 이상 직원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규모는 수십여명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자회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오는 24일까지 전날 근속 15년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법인카드를 사용한 임직원 골프는 사실상 금지됐다. 또 이달부터는 장기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제도도 가동된다. 매출 확대를 위해 이번 달부터 전국 68개 점포를 대상으로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11시로 한 시간 늘리는 고육지책도 선택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오프라인 3사의 상품·물류 통합에도 박차를 가하며 비용 효율화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3사가 통합하면 매입 단가를 낮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전체 매입 규모가 확대돼 물류 비용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회장은 그간 온·오프라인으로 퍼져있던 그룹 역량을 오프라인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오는 30일 자회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 흡수합병을 앞두고 있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병한 통합 이마트 법인은 오는 7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올해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 3사의 통합 시너지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정 회장은 다른 기업과의 연합군 결성에도 서명했다. 신세계가 ‘범 삼성가(家)’중 하나인 CJ그룹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정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사촌 관계다. 신세계와 CJ는 지난 5일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 상품, 미디어 콘텐츠 등 전방위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SSG닷컴·G마켓의 물류를 CJ대한통운에 맡겨 비용을 아끼고 SSG닷컴은 본업인 그로서리(식료품) 분야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제휴는 정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CJ그룹의 협력은 CJ대한통운과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실무진간 협의에서 시작했지만 정 회장에게 보고가 올라간 뒤 그룹간 양해각서(MOU) 체결로 이어졌다. 

 

이같은 정 회장의 혁신 전략에 따라 이마트 실적은 반등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71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5% 증가했다. 신세계의 경우엔 같은기간 매출이 2조 8187억 원으로 1년새 5.4% 늘었다. 영업이익도 7% 증가한 163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1분기 1조 801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기염을 토했다.

 

정 회장은 SSG닷컴 1조 원 풋옵션(매수청구권)에 대한 급한 불도 껐다. 실적 부진으로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자 1조원을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요구했지만,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는 FI가 가진 SSG닷컴 보통주 131만 6492주(전체 30%) 전부를 올해 말까지 이마트·신세계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매도하기로 합의 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이번 합의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회계적 부담을 없애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다만 문제는 주가다. 이마트의 주가는 전날(13일) 종가 기준 5만 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마트 주가가 6만원 대로 떨어진 건 2011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 시가총액은 1조 2224억원이다. 신세계건설·이마트24·SSG닷컴의 실적 반등도 이끌어야 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87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2022년(1204억 원)보다 60%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951.79%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역시 31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131억 원) 대비 적자 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807% 수준이다.

 

SSG닷컴은 출범 직후인 2019년 8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1억 원, 지난해 10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SSG닷컴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액이 139억 원에 달한다. 정 회장의 야심작인 SSG닷컴이 4년동안 만성적자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채 '돈먹는 하마'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이유다. 편의점인 이마트24 역시 올 1분기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0% 늘어난 5114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13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정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