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위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커진 데다 미국과 일본 기업이 손잡고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무기로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 싸움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14일 과련업계에 따르면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조사한 올해 1분기(1~3월) TSMC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1.7%였다. 이 기간 TSMC 매출은 소비재 수요 감소 영향 등으로 직전 분기보다 4.1% 줄어든 188억 4700만 달러(약 25조 7900억 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보다 0.5%포인트 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1분기 33억 5700만 달러(약 4조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분기보다 7.2% 줄어들었다.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대비 0.3%포인트 감소한 11.0%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4분기 49.9%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50.7%포인트로 확대됐다. TSMC는 3나노 공정 고객사로 엔비디아, 애플 등 거대 기업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 뒤를 이어서 중국 SMIC, 대만 U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가 1분기 파운드리 시장 3~5위에 안착했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선두 싸움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후발 주자인 미국, 일본의 추격도 본격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신생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는 최근 IBM과 첨단 패키징 대량 생산 기술을 위한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라피더스는 IBM으로부터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제공받게 된다.
라피더스는 일본 내 대기업 8곳이 출자해 만든 파운드리 연합체다. 앞서 라피더스는 2025년까지 2나노 반도체를 시험 생산하고 오는 2027년부터 양산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에 IBM과 협력함에 따라 이 양산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게 됐다. 미국 인텔도 올해 하반기에 1.8나노(18A) 공정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차세대 공정에 진입하는 셈이다. 후발주자 인텔의 ‘잰걸음’도 삼성전자로서는 위협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GAA 공정을 무기로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GAA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크게 높여주는 기술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효과를 크게 발휘한다. 삼성전자 측은 이를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릴 핵심 기술로 보고 초미세공정에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갖는 연례 행사인 ‘파운드리 포럼’에서 어떤 ‘깜짝 발표’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올해 파운드리 포럼은 이달 12~13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 삼성 반도체 캠퍼스에서 열린다. 삼성전자가 매년 이 행사에서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공개해 온 만큼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강화 등이 언급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