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전기차 시장 캐즘(신기술 등장 후 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현대차그룹 대응이 주목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가 이어지자 현대차그룹은 차종 별로 내연기관 유지, 전기차 확대 등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전기차 보급을 위해선 주행 거리와 충전 속도 등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 통계를 냈다.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포함) 등록 대수는 총 177만 5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 규모 확대는 계속되고 있으나 지난해 증가율(35.4%)에 비해 그 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1위 테슬라 판매량은 32만대로 전년대비 12.8% 감소했다. 2위 폭스바겐그룹과 3위 스텔란티스그룹은 각각 21만 4000대, 18만 300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4%, 9.9% 늘었다. 뒤를 이은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보다 2.8% 역성장한 16만 4000대를 판매했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과 EV9 및 스포티지·투싼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늘었다. 그러나 주력 모델 아이오닉 5·6, EV6 판매 부진 영향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 정체에 따른 각 완성차사 셈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차종에 따른 파워트레인 세분화에 나섰다. 전통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보유한 만큼 이러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026년으로 예정됐던 제네시스 GV80 전기차 양산 시점을 2028년으로 2년 연기했다. 대신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대응해 GV80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앞서 제네시스는 지난 2021년 전동화 비전 발표를 통해 2025년부터 출시할 모든 신차를 수소 또는 배터리 기반 전기차로만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를 맞은 데다 미국 내 제네시스 주요 딜러사들은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급변하자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려던 전동화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반면 국내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는 경차 라인업에선 전기차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하반기부터 캐스퍼 일렉트릭, 레이 EV 등 전기차 2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대차는 28일 부산모터쇼를 통해 첫 공개하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우수한 주행거리(완충 기준 최대 315km)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기아는 레이 EV가 자사 전기차 모델 중 판매량이 가장 높은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 EV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은 4936대로 기아 전체 전기차 라인업 중 최다 규모다. 뛰어난 공간 활용도와 2000만원 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개발은 과도기 상태라 아직 제반 인프라도 부족하고, 보조금 혜택이 없으면 가격도 내연기관차에 비해 높은 상황”이라며 “수요 회복을 위해선 주행 거리, 충전 속도 개선 및 충전소 보급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