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지수 기자]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의 임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아워홈은 구 대표가 임시로 대표이사직을 이어가는 등 매우 이례적인 경영 시스템을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첫째 언니인 구미현 연합이 장악한 이사회가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신사업 발굴에 공을 들여온 만큼 과거 세 자매끼리 맺은 의결권 통일 협약을 근거로 구 대표가 경영권 복귀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구 대표는 최근까지 ‘신성장 테크 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 신사업에 믾은 공을 들였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 4일 자정 임기가 끝났지만, 여전히 임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상법 제386조 상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하여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17일 열린 정 주주총회에 이어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 연합 측은 구 대표를 포함한 기존 사내이사 재선임 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지난 4일 자정을 기준으로 임기가 종료됐다. 하지만 새로 선임된 사내 이사들이 이후 이사회를 열지 않고 신규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하면서 구 대표가 당분간 대표직을 이어가게 됐다.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구미현 씨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원칙대로라면 구 대표의 임기 만료 전까지는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어야 했지만 새 이사회는 이를 위한 이사회조차 열지 않았다. 현재 아워홈 이사회는 구미현 씨, 구미현 씨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 씨 3인으로 꾸려졌다.
아워홈의 지분은 창업주인 고(故) 구자학 명예회장의 자녀들인 구본성·미현·명진·지은 씨가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 38.56%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고, 장녀 구미현 씨 19.28%, 차녀 구명진 씨 19.6%, 막내인 구 대표가 20.67%를 갖고 있다. 장남인 구 전 부회장과 막내인 구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장기간 이어진 총수 일가 갈등 속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경영권 매각이라는 공통된 목적 아래 손을 잡았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 연합은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와 경영권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미현 씨가 본인이 대표이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 연합에 금이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는 ‘범LG가’ 특성에 따라 구 전 부회장 역시 자신의 장남인 구재모 씨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아워홈 매각 위기 속 구 대표는 최근까지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보여왔다. 구 대표 최근까지 본인 직속 조직인 ‘신성장 테크 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힘을 기울였다. 정기주총이 열린 지 6일 만인 지난 4월 23일에는 푸드테크를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헬스케어와 AI(인공지능) 기반 초개인화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구 대표는 올해 아워홈 신성장동력으로 '푸드테크'를 점찍고 관련 사업 확대에 힘을 기울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경영권을 사수할 의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구 대표가 추후 언니인 구미현 씨와 법적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2021년 6월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때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의결권을 동일하게 행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를 어기면 개인당 3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 협약이 깨지며 구 대표가 미현씨에게 소송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씨가 이번 두 번의 주총에서 이를 어겼다고 인정된다면 최대 120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한다. 이는 회사 매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액으로 구미현 씨가 의결권 행사를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지난해 구미현 씨는 의결권 통합 협약 효력 종결을 주장했지만 올 초 법원에서 '해당 협약서가 아직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아워홈은 매출 1조 9834억 원, 영업이익 942억 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8%, 76% 증가한 것으로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구 대표는 올해 아워홈을 종합식품기업에서 글로벌 푸드·헬스테크 기업으로 전환하고 연 매출 2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언제라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신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구 대표가 진두지휘해 온 만큼 수장이 바뀔 경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이든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이든 긴 법정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며 아워홈의 경영권 싸움 역시 길어질 수 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