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근로 정년을 만 60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을 임금협상 카드로 꺼내들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가 국내 기업 노조의 대표성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차 노조의 64세 정년연장 카드는 향후 산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64세 정년 연장 요구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이 상향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 노조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건의 노사 협의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이 보수적 협상을 시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근로 유연성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개최하고 교섭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와 장창열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문용문 현대차 노조 지부장 등 노사 대표 7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 중 30% 성과급 지급, 컨베이어 수당 최대 20만원 인상 등을 담은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아울러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상여금 900% 인상, 사회공헌기금 마련 등과 함께 국민연금 수급시기 연기와 관련한 정년 연장이 요구안에 담겼다.
이중 가장 쟁점으로 떠오른 항목은 정년 연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현재 63세에서 2033년 65세로 늘어나는 점을 근거로 들어 현재 정년(만 60세)을 만 64세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예정된 기아 노조도 같은 요구안을 내세울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를 위시한 노동계의 정년 연장 요구는 수 년 전부터 존재했다. 기존에는 임금 협상 관철을 위한 압박 카드 정도로만 여겨진 데 비해 최근 불거진 주장은 더욱 구체적이고 다양해졌다. 여기에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 진입, 청년 일자리 감소 등으로 기업들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정년연장 입법 청원을 내는 등 정년 연장 필요성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아울러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동일한 65세로 정년 연장을 주장하며 정치권과 연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 정년 연장 이슈는 점점 확산하는 분위기다.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지난 17일 사측에 냈다. 또 LG유플러스 4개 노조 중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2노조도 올해 임단협에 앞서 만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현대차 측은 노조 요구에 대해 당위성과 소요 예산 등을 분석,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단체협상이 아닌 임금협상만 예정된데다 정년 연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항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무리한 고용 연장은 일자리를 둔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 및 근로 조건 유연성 제고 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