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장기영 기자]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2년차인 올해 1분기 5대 대형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늘어 분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확대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이 증가한 가운데 일부 회사는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 변경에 따른 비용 환입이 일회성 보험이익이 증가로 이어졌다.
회사별로는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초격차’ 목표 달성에 시동을 건 가운데 DB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와의 2위 경쟁에서 승리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24년 1분기(1~3월)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2조5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921억원에 비해 5356억원(26.9%) 증가했다.
이 기간 5개 대형사의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했으며, KB손보를 제외한 4개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5792억원에서 6839억원으로 1047억원(18.1%) 증가해 가장 많았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은 7010억원을 기록해 분기 사상 처음으로 7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화재는 보험이익이 5837억원에서 6038억원으로 201억원(3.4%), 투자이익이 2387억원에서 2930억원으로 543억원(22.8%) 증가했다. 보험종목별로 장기보험 보험이익이 4196억원에서 4462억원으로 266억원(6.3%) 늘어 보험이익 증가세를 주도했다.
올해 1분기 신계약 CSM은 8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6783억원에 비해 2073억원(30.6%) 증가했다. CSM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13조303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3조7120억원으로 4090억원(3.1%) 늘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상품, 채널 경쟁력 강화로 신계약 CSM이 30.6% 증가했다”며 “CSM 총량 확대에 따른 상각액 증가, 안정적 예실차 관리로 장기보험 보험이익은 6.3%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보험은 무해지 상품 확대로 보장성 유지율을 개선하는 한편, 손해 관리를 통해 안정적 손해율을 유지했다”며 “자동차보험은 사고율 상승과 요율 인하 누적 영향에도 우량 고객 중심 매출 확대와 사업비 효율 개선으로 흑자 사업 구조를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이 같은 실적 상승세를 바탕으로 이문화 사장의 초격차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올해 경영화두로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통해 하위사들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초격차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신계약 CSM 창출 차별화와 효율 경쟁력의 획기적 개선으로 이익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D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4473억원에서 5834억원으로 1361억원(30.4%) 늘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에서 밀려 메리츠화재에 내줬던 업계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3965억원에서 4909억원으로 944억원(2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이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기보험 보험이익 역전을 허용하며 2위 자리를 내줬다.
보험이익은 DB손보가 4560억원에서 5630억원으로 1070억원(23.4%), 메리츠화재가 4010억원에서 4579억원으로 569억원(14.2%) 증가했다. 장기보험 보험이익은 DB손보가 3500억원에서 4480억원으로 980억원(28.2%), 메리츠화재가 3679억원에서 4265억원으로 586억원(15.9%) 늘어 역전됐다.
특히 올해 1분기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신계약 CSM은 2배에 가까운 격차를 나타냈다.
DB손보의 신계약 CSM은 7170억원을 기록한 반면, 메리츠화재의 신계약 CSM은 370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3월 말 CSM 잔액은 DB손보가 12조4000억원, 메리츠화재가 10조7427억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안정적인 장기위험손해율 등을 유지해 보험이익이 증가했다”며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상승했으나 사업비 감소로 보험이익이 늘었고, 일반보험은 손해율 개선 효과로 보험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3153억원에서 4773억원으로 1620억원(51.4%)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에는 장기보험, 일반보험 보험이익 증가와 함께 IBNR 제도 변경에 따른 비용 환입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해상의 보험이익은 2460억원에서 5330억원으로 2870억원(116.6%) 증가했다. 특히 장기보험 보험이익은 1450억원에서 4440억원으로 2990억원(206.4%) 급증했다.
그러나 신계약 CSM은 4580억원에서 4050억원으로 530억원(11.6%) 감소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보험금 예실차 이익이 174억원, CSM 상각수익이 334억원 증가한 가운데 제도 변경에 따른 부채평가금액 감소로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이 환입돼 보험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대형사인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2538억원에서 2922억원으로 384억원(15.1%) 증가했다.
KB손보의 신계약 CSM은 4110억원에서 4355억원으로 245억원(6%) 늘어 현대해상을 앞섰다. CSM 잔액은 8조5179억원에서 8조9030억원으로 3851억원(4.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