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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 공룡’ 손잡은 손보사, 한중관계 악화 속 실적 부진

삼성화재, 작년 순이익 37% 감소
현대해상, 순손실 198억원 확대
텐센트·레전드홀딩스 합작 전환
청사진 그렸지만 시장 공략 난항

 

[FETV=장기영 기자]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기업과 손잡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 우리나라 손해보험사들이 오히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관계 악화로 인한 불똥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주주사들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영업망을 확대하려던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중국법인 삼성재산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5억원으로 전년 183억원에 비해 68억원(37.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 중국법인 현대재산보험은 당기순손실이 118억원에서 198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수익은 삼성재산보험이 1638억원에서 817억원으로 821억원(50.1%) 줄어 반토막 났고, 현대재산보험은 1101억원에서 1161억원으로 60억원(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중국법인은 중국 IT기업들을 주주사로 맞아 현지 보험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으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두 손보사는 중국 보험시장에서 독자생존의 한계를 느끼고 현지 유명 IT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중국법인을 합작법인으로 전환했다. 해당 기업들의 자본과 기술, 인프라를 활용해 영업망을 확대하고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결정이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20년 11월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목표로 중국의 대표적인 IT 공룡으로 불리는 텐센트 등 5개 현지 기업과 3200억원 규모의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투자자 변경 과정 등을 거쳐 2022년 8월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합작법인 전환을 위한 주주 변경 및 증자를 승인받았다. 합작법인 지분율은 삼성화재 37%, 텐센트 32%, 맴배트·위싱과학기술회사 각 11.5%, 안후이궈하이투자·보위펀드 각 4%다.

 

2대 주주인 텐센트는 중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을 운영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다. 맴배트는 대형 쇼핑몰 등을 개발하는 부동산개발회사이며, 위싱과학기술회사는 환경보호 하이테크 기업이다.

 

현대해상은 2020년 4월 레전드홀딩스, 디디추싱 등 4개 현지 기업과 1910억원 규모의 합자를 완료했다. 지분율은 현대해상 33%, 레전드홀딩스·디디추싱 각 32%, 역상디지털·홍삼요성 각 1.5%다.

 

레전드홀딩스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 PC 제조업체 레노버를 자회사로 둔 중국 대표 IT기업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현지 차량공유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니콘기업이다.

 

 

이들 손보사는 당초 이 같이 막강한 주주사들을 등에 업고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임직원에서 현지 기업과 개인으로 영업을 확대해 실적을 개선할 계획이었다.

 

삼성화재는 합작법인 출범 이후 주주사들의 플랫폼을 활용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개인보험을 판매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을 확대에 나섰다. 특히 텐센트의 12억명에 달하는 고객과 IT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개인보험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해상은 중국 광둥성에 지점을 추가로 설립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자동차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한편, 레전드홀딩스의 IT 역량과 디디추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손보사의 중국 보험시장 공략 청사진은 아직까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전히 외자계 기업에 배타적인 중국의 특성과 함께 한중관계 악화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은 과거 외자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책임(강제)보험 판매를 제한하는 등 높은 진입장벽을 유지해왔다. 지점 신규 설립이나 상품 판매 인가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고, 각 지역별로 일일이 행정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 장기화 속에 한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점도 시장 공략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얼어붙은 미국과 중국,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내 공장 반입 금지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지 보험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반감 확산은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