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이달 중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10명 중 7명이 기존 사외이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에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기존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4대 금융지주는 1년 전에도 사외이사 후보 72%를 현직 인물로 채운 바 있다.
5일 각 금융지주가 공시한 주주총회 안건 관련 자료에 따르면, 3월 임기가 다해 교체 대상에 오른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3명 중 70%인 16명이 연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후보자 4명 중 3명이 현직이다. 권선주, 오규택, 최재홍 사외이사가 임기를 1년 이어갈 전망이다.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에는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해외금융협력지원센터장)을 추천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9명 중 7명을 연임시킬 계획이다. 곽수근, 김조설, 배훈, 윤재원, 이용국, 진현덕, 최재붕 7명을 재선임 추천했다. 2명 자리를 메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가 낙점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총 6명의 사외이사 중 3명 연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이정원, 박동문, 이강원 사외이사 3명이 재선임 후보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 윤심 전 삼성 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추천됐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주주총회 소집 결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키로 해 신임 사외이사 후보가 1명 늘었다.
우리금융지주는 교체 대상 4명 중 3명이 현직 사외이사다. 4명 중에선 송수영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떠나고, 정찬형, 윤인섭, 신요한 사외이사는 재선임될 예정이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추천됐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기존 6명이던 이사회를 7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12일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통해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 강화, 이사회 구성 다변화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외이사 후보 70%가량을 현직으로 채웠다.
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하는 금융지주들은 확실한 지배 주주가 없어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장기 연임에 성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외이사들이 CEO의 요청을 거절하고 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일이 드물어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2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잔류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연임으로 인해 이사회 구성원간 20년이 훌쩍 넘는 터울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금융의 경우 2019년 선임된 정찬형(1956년 2월생) 사외이사와 신규 추천된 박선영(1982년 3월생) 사외이사는 꼬박 26년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