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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 쿠팡 김범석의 ‘로켓매직’···‘계획된 적자’ 성과로 증명

쿠팡, 지난해 매출 31조 8298억원·영업이익 6174억원···사상 첫 연간흑자 달성
물류센터 구축 등 ‘계획된 적자’ 강조···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사업 확장 가속화
매출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 재편

[FETV=박지수 기자] 김범석 쿠팡 창업자(쿠팡Inc 의장)의 ‘매직’이 드디어 성과로 입증됐다. 지난해 쿠팡은 2010년 창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매출 역시 3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13년 간 ‘계획된 적자’ 전략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일까? 요즘 유통가에선 "쿠팡 시대가 열렸다" . "김범석의 미다스의 손", "김범석의 뚝심이 통했다" 등 쿠팡과 김범석 의장을 향한 다양한 용비어천가(?)식 칭찬이 유행이다. 

 

이번 실적을 통해 쿠팡은 사실상 유통업계 ‘제왕’ 자리를 꿰차며 한국 유통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기존 유통업계 전통 강자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매출을 제친 쿠팡은 지난해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기며 이젠 명실공히 국내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쿠팡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을 기록했다. 이로써 쿠팡은 지난 2010년 창립 이후 13년만에 사상 첫 연간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20% 늘어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을 거뒀다. 쿠팡이 매출 30조원을 넘긴 것은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 수는 1년간 300만명(27%)이 증가해 1400만명을 웃돌고,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산 고객)은 2100만명으로 전년(1811만5000명)보다 16%나 증가했다. 활성고객 1인당 매출 역시 41만1600원(312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했다. 

 

쿠팡이 13년간 계획된 영업적자 고리를 끊낸 가운데 기존 유통업계 전통 강자들은 최근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기존 유통업계 1위였던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1년 법인설립 이후 처음으로 사상 첫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5084억원, 현대백화점은 3035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거뒀지만 쿠팡(6174억원)에는 뒤처지는 수준이다.

 

1978년생인 김 의장은 지난 2010년 8월 당시 34세 나이에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세웠다.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소셜커머스 ‘그루폰’을 보고 ‘한국의 그루폰’을 목표로 쿠팡을 설립한 그는 1년 만에 회원 수 500만명을 넘기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창업 2년 만에 연간 거래액 8000억원, 회원 수 1800만명을 돌파했고 그 해 손익분기점(BEP)도 넘겼다. 

 

2014년 쿠팡은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시작한 쿠팡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해 쿠팡은 휴일·주말 상관없이 주문 후 다음 날까지 배송해 주는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서비스 도입했다. 자체배송 인력인 쿠팡맨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쿠팡은 로켓 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지금까지 물류센터 인프라 확대를 위에 6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특히 기존 복잡한 택배 배송 방식과는 달리 직매입을 기반으로한 쿠팡의 전국적인 물류망 확보를 통해 고객에게 상품이 이르기까지 제조사→쿠팡 물류센터→배송센터만 거치면 되도록 유통 단계를 줄였다.

 

이러한 계획된 적자로 인해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3년 1억5000만원에서 로켓배송을 도입한 2014년 1215억원으로 커졌다. 이후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2억원, 2017년 6388억원, 2018년 1조970억원, 2019년 7205억원, 2020년 5504억원, 2021년 1조709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다만 지난해에는 1447억원의 적자를 내며 규모를 큰 폭으로 줄였다. 적자 우려가 있을 때 김 의장은 “아마존도 서비스 인프라, 물류 서비스 등에 투자한 규모가 19조원을 넘는다”며 “단기적으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투자지만 장기적으로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의장의 이러한 뚝심있는 사업 확장 덕에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갖췄다. 쿠팡은 현재 강원도 동해·삼척 등 16곳의 인구소멸 지역을 포함해 전국 260개 시·군·구 중 70%인 182개 시·군·구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의 매직 파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 의장은 지난 2022년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를 상장하며 끝없는 적자 속 실탄 마련에도 성공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쿠팡의 기업가치는 100조원대까지 치솟았다. 김 의장은 상장 당시 쿠팡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는 ‘차등의결권’ 때문이다. 

 

당시 김 의장은 1주당 29개의 차등의결권 행사 권한을 부여받았다. 차등의결권이란 전체 발행 주식 중 경영자가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거나, 주식 보유기간에 비례해서 의결권을 차등 부여하는 제도로 대한민국에는 없는 제도다. 현행 상법 제369조에 따르면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향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쿠팡은 배송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김 의장은 로켓배송 외에도 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 새로운 성장 동력에도 지속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분야 매출은 30조7998억원(235억9400만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19% 성장했다. 쿠팡이츠·대만·쿠팡페이·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 분야 매출은 1조299억원(7억8900만달러)을 기록해 전년(8113억원)보다 27% 늘었다.

 

김 의장의 목표는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쿠팡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날 김 의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쿠팡은 설립 초기부터 근본적으로 ‘새로운 역량’을 만드는데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이번 흑자 전환을 통해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역량이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임을 성과를 통해 증명해 냈다. 대한민국의 유통사를 새로 쓴 쿠팡 김범석 의장의 또 다른 도전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