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KB금융그룹이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리딩금융' 타이틀을 1년 만에 되찾은 가운데, 양종희호(號) KB금융의 올해 수성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11월 21일 취임한 양 회장에게 2024년은 자신의 체제로 보내는 첫 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631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보다 11.5%(4789억원) 늘어난 것으로,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KB금융 자체적으로는 5년래 두 번째로 높은 성장세다. 4분기(10~12월) 충당금을 전분기 대비 9300억원가량 더 쌓고도, 은행 이자이익과 증권사 수수료이익, 보험계열사 평가손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양종희 체제 평가는 이제부터다. 신임 수장인 양 회장은 아직 1개 분기 순익도 온전히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KB금융 핵심 계열사인 KB손해보험 사장 5년에 지주 부회장 3년을 지낸 만만찮은 내공의 소유자다.

양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드러낸 '구체적인' 경영 방침은 '비은행 강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계열사별 성장전략을 재정비함으로써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KB금융 보험·증권·카드 등 10개 비은행 계열사는 모두 업계 선두권에서 비껴서 있다. KB금융과 리딩금융을 다투는 신한금융이 업계 1위 카드사를 보유한 것과 비견된다. 작년 12월 말 기준 KB금융 비은행 10곳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당기순이익 비중은 29.6%로 2022년(27.9%)에 이어 2년째 20%대에 머물러 있다. 2020년 33.5%이던 비은행 비중은 이듬해 41.3%까지 올랐으나 2022년 13.4%포인트 주저앉으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양 회장은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비은행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투자운용, 자산관리(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높여나가겠다"고 언급, 계열사 중 보험 부문을 유일하게 지목했다. 현재 KB손보는 하위사였던 메리츠화재의 급성장에 밀려 현대해상과 치열한 '빅4'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12월 말 누적 순익은 KB손보가 4위지만, 9월 말에는 5위였다. KB손보 수장 당시 '빅3'를 바라보며 '1등 기업문화'를 강조한 양 회장에게 빅4 안착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일단 그는 경영진 교체를 반등 키로 삼았다.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한 지난 연말 인사에서 KB손보 전신 럭키화재 출신의 1967년생 동갑내기인 구본욱 사장과 오영택·전점식 부사장을 핵심 3인방으로 꾸렸다. 특히 대표이사 내정 전까지 전무였던 구 사장을 부사장을 건너뛴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시켜 오 부사장보다 높은 직위를 주며 힘을 실었다. 오 부사장과 전 부사장은 각각 법인보험대리점(GA)과 장기보험 부문을 총괄한다. 모두 핵심 부문으로, 현재 국내 보험 시장은 GA 영업 재편 속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4대 영역 중 하나인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도 양 회장의 지략이 드러날 지 주목된다. KB금융은 2020년 이후 햇수로 5년 동안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요 경영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워 왔다. 윤종규 전 회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합병(M&A), 연 순익 4조원 첫 돌파, 분기배당 정례화 등을 달성하고도 덩치에 비해 해외 부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그룹 글로벌 순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KB국민은행은 9월 말 기준 중국(251억원), 캄보디아(1173억원) 현지 은행 두 곳에서 100억원 이상의 순익을 거뒀는데, 이는 신한은행의 중국(353억원), 카자흐스탄(447억원), 일본(921억원), 베트남(1847억원) 4곳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2020년 인수해 약 1조5000억원을 쏟아부은 손자회사 부코핀은행도 정상화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9월 말 순손실 규모는 958억원으로, KB자산운용 순익(443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당장은 그룹 최대 난제인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원금손실 사태를 잘 매듭짓는 것이 양 회장 리더십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 5대 은행에서 발생한 홍콩H지수 ELS 손실액은 약 5200억원으로 손실률이 53%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판매 잔액은 7조8000억원으로, 신한·하나·농협·우리 등 4곳을 합친 금액(6조64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