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열린 ‘2024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자신감, 감사와 소통, 합심의 자세로 담대하게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207/art_17078257614266_f9ac31.jpg)
[FETV=권지현 기자]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미래성장 추진력 강화'를 내걸었으나, 임기 첫 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린 대형 금융지주 공통 요인 외에도 이자·비이자이익 부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작년 순익 2조5170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9.9%(6250억원) 역성장했다. 지난 2022년 첫 3조원대 순익을 거둔 우리금융은 2021년, 2022년 조(兆)단위를 바꿔가며 호실적을 냈지만 이번 부진으로 2년 전 순익으로 되돌아갔다. 그룹 순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은 2조5160억원으로 13%(3760억원) 뒷걸음질 쳤다. 지주와 은행 순익이 모두 하락한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우리금융의 부진은 IBK기업은행, 메리츠금융지주와의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6750억원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캐피탈·투자증권·연금보험 등 8개 자회사 실적이 포함된 것으로, 15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우리금융보다 1600억원가량 더 거뒀다. 기업은행 별도 순익만도 2조412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은 전년 대비 30.1% 늘어난 2조1340억원을 기록, 우리은행에 불과 3800억원 뒤처지며 은행을 추격했다. 손해보험업이 주력 사업인 메리츠금융이 고금리 최대 수혜 금융사인 대형 은행을 바짝 쫓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순익 감소는 충당금 외에도 비이자이익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6740억원으로 1년 새 8.9%(650억원) 줄어들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몰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핵심이익인 이자이익도 마뜩잖다. 7조4360억원으로 전년(7조4180억원) 수준을 기록,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은행 감익은 지주 실적에 부담을 줬다. 은행을 제외한 14개 계열사 중 카드·캐피탈·종금·저축은행·자산신탁 등 8곳 순익도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그룹 내 2, 3위인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은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4.0%, 19.4% 감소했다. 또 종금·저축은행·글로벌자산운용·FIS 4곳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그 결과 은행 순익 비중은 그룹 전체의 99.9%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에 은행·비은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임종룡 회장 카드에 이목이 쏠린다. 먼저 지난해 7월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작년 연말 새로 꾸려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강도 높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 "지주사를 자회사 경영의 응원자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며 지주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 CEO들에게 직접 힘을 줬다. 지난달 열린 '2024년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올해는 저와 여기 계신 경영진들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해인 만큼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고 언급, 책임의식도 주문했다.
조 행장은 작년 내내 공언한 '기업금융 강화',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는 "우리금융의 장남"이라던 임 회장 기대에 걸맞는 '순익 개선', 김응철 우리종합금융 대표는 증권업 진출에 대비한 '기초체력 제고' 등을 과제로 안았다.
임 회장이 애정을 쏟고 있는 미래사업추진부문이 올해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그는 취임식에 앞서 그룹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을 펴고 미래 먹거리 등을 발굴토록 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현재까지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