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업(業)의 경쟁력 강화'를 언급,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을 향해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한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상생금융 비용을 반영한 대형 금융지주 공통 요인 외에도 이자이익 감소와 증권·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작년 당기순이익 3조4516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3.3%(1190억원) 감소했다. 하나금융의 순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하나금융은 2016년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순익 증가율을 기록해 왔으나 이번 성적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대 순익 감소를 겪게 됐다.
이에 그룹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순이익률) 지표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12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ROA는 0.59%로 전년 대비 0.07%포인트(p), ROE는 9.03%로 1.05%p 각각 떨어졌다. 모두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순익이 감소한 데는 그룹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이 선방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작년 이자이익은 8조9532억원으로 전년보다 0.6%(528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1~3월), 4분기(10~12월) 이자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각각 10.6%, 7.2% 줄어든 점이 결정적이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이자이익이 줄어든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 다음으로 그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증권은 지난해 2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 순익(1260억원)의 두 배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21년 1분기 이후 매분기 1300억원 안팎 순익을 거둔 하나증권은 2022년 4분기 1600억원 순손실로 돌아서더니 2023년에는 1분기를 제외한 3개 분기 내내 적자를 냈다.
부동산 PF와 투자자산 손실인식이 영향을 미쳤지만, 핵심이익인 수수료이익이 예년만 못했던 점도 순익을 끌어내렸다. 하나증권의 지난해 수수료이익은 3238억원으로, 전년보다 16.4%(633억원) 줄어들었다. 카드·캐피탈·자산신탁·저축은행·생명보험 등 또 다른 비은행 계열사 5곳의 경우 모두 지난해 대비 순익이 감소했다.
특히 하나은행이 지난해 전년보다 3800억원 이상 더 거둔 3조4766억원을 기록, KB국민은행을 2000억원 이상 앞서며 올해도 리딩뱅크를 차지했음에도 하나금융 순익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룹 비은행 계열사들의 체력이 약하다는 것과 이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 주주환원을 확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금융은 최근 1주당 결산배당금 1600원을 결정했다. 이미 세 차례 진행한 분기배당금(1800원)을 포함한 연간 배당성향은 28.4%로 1년 전보다 1.0%p 높아졌다. 하나금융의 배당성향은 2020년 20.4%→2021년 25.6%→2022년 27.4%→2023년 28.4% 등으로 지난 3년간 꾸준히 확대됐다. 자사주 매입 규모도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3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 IB(투자은행)자산 관련 평가손실 등 비경상적인 비용인식의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면서 "주주환원의 경우 배당의 가시성과 지속성 제고를 위한 노력의 결과 연간 배당성향이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