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바람을 타고 방어주 성격을 지닌 은행주와 금융지주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단기간에 주가가 상승했다. 투자 열기가 일부분 가라앉으면서 5일 종가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만은 주가가 떨어졌다.
은행주는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예고를 하자, 전례 없는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같은 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PBR이 낮은 기업은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공시하게 유도하는 제도를 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PBR이 1배 미만이면서(저PBR)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장사의 이사회가 스스로 PBR, 자기자본이익비율(ROE) 등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따져보고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개념으로, 1배를 밑돌면 기업의 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뜻이다.
국내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다. 실제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은행주의 평균 PBR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 0.39배에 그치고 있다. 장부가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기업가치의 39%만 주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융지주사 주가가 장부가 대비 평균 1.3배 평가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평균 PBR(확정실적 기준)은 0.91배다.
저PBR 종목을 정조준한 정부의 움직임에 은행주는 즉각 반응했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과 함께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은행주에 관심을 가졌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5일까지 14거래일 동안 하나금융지주 주가가 33.66% 급등한 것을 비롯해 KB금융(25.9%), 우리금융지주(18.47%), 신한지주(16.83%) 등 시중은행을 품고 있는 금융지주 주가는 일제히 주가가 뛰었다. 같은 기간 DGB금융지주(13.55%)와 JB금융지주(12.78%), BNK금융지주(10.33%) 등 지방 은행의 지주사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17.7%) 주가도 두 자릿수 올랐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주가는 같은 기간 5.17% 떨어졌다.
![금융지주와 은행 주가 등락률(1.17-2.5 종가 기준, 단위: %). [자료 한국거래소]](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206/art_17071379250756_836a32.png)
카카오뱅크 주가가 다른 은행주와 달리 하락세를 보인 데는 우선 주가 수준이 다른 은행주들보다 높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주를 밀어올리는 일련의 흐름이 저PBR인 만큼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PBR이 높은 카카오뱅크를 투자 바구니에 담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주의 PBR은 0.24~0.47배에 불과하다. 현재 주가가 장부상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PBR은 2.2배 수준으로 다른 은행주보다 높다. 카카오뱅크의 주가수익비율(PER)도 39배로 3.7~5.4배 수준의 다른 은행주보다 월등히 높다.
고배당주가 아니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결산배당액으로 1주당 80원을 책정했다. 시가배당률 0.31%로, 우리금융지주(7.6%), 하나금융지주(5.7%), KB금융(2.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JB금융이 분기배당, BNK금융은 중간배당을 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결산배당만을 실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카카오뱅크 예상 배당수익률이 0.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지주(10.7%), 하나금융지주(9.5%), KB금융(6.5%), 신한지주(6.5%) 등 4대 금융지주의 예상 배당수익률을 많이 밑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높은 저원가성 수신 비중을 강점으로 금리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주택담보대출 대환을 통해 높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