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지난해 빅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간의 '실적 양극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일부 빅 건설사는 전년대비 실적이 상승한 반면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부진을 보이는 등 상반된 모습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작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39.6%, 36.6% 증가한 금액이다. 현대건설은 국내보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 더 집중해 실적상승을 부추긴 원동력이 됐다. 작년 현금성 자산도 4조5815억원, 순현금 2조2809억원으로 부동산 불경기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신규 수주 32조4906억원을 비롯해 수주잔고는 90조49억원을 확보했다.
시공순위 10권 안팎인 HDC현대산업개발도 호성적을 거뒀다. 작년 영업이익이 195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7.8% 증가했다. 주택 수주 사업과 철도 사업 수주를 늘려 부채도 줄여나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차입금 규모는 1조7772억원으로 작년말(2조1676억원) 대비 18%가량 감소했다. 부채 비율도 지난해 말 119.5%로, 직전년도(137.8%) 대비 18.3% 줄어들었다.
이러한 빅 건설사들의 호실적과 달리 중소 건설사들은 탄식을 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따른 미분양 사태로 상환능력 부족, 고금리, 고원자재값 등의 3중고 여파로 부도 건수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시공할 경우 고금리, 미분양 등이 악재로 작용해 자금난을 결국 버티지 못한 탓이다.
이는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1곳으로 지난 2022년 7곳보다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총 2347건으로 증가폭이 23%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7925가구를 기록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하고 남은 최악의 분양은 1만465가구로 작년 초(7546가구) 대비 38% 늘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재무개선 절차) 신청이후 후폭풍도 거세다. 최근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최근 104개 현장 중 92개 현장에서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영향을 받는 협력업체는 581개이다. 여기에 더해 이들과 하도급 계약은 1096건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로 인해 무리하게 부동산 PF 대출을 확장한 결과 미분양 사태로 이어져 자금력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건설사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