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최근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글에서 '아쉬운 실적'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 FETV DB]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2/art_17034863978099_360865.jpg)
[FETV=권지현 기자] 취임 1주년을 앞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에 '반성문'을 쓰고 임직원 사기진작에 나섰다.
임종룡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의 가족으로서 첫 번째 연말을 맞으며 함께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본다"면서 "가장 먼저 신뢰 회복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기업문화 혁신, 기업금융 명가 부활, 상생금융 실천 등 변화의 첫 발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다"고 취임 첫 해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 없듯 실적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면서 "우리의 부족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리가 가진 저력을 믿는다면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지난 3월 취임 후 그룹이 좀처럼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자 임 회장이 직원들의 떨어진 사기를 북돋아 주고 그룹 수장으로서 직접적인 각오를 밝히기 위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CEO가 여러 번 수정을 거듭해 편지글을 완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4대 금융그룹 순익 증가율(22.9-23.9, 단위: %). [자료 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2/art_17034819606036_4f8e75.png)
실제 우리금융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순익이 줄어들었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38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620억원)보다 8.4% 감소했다.
그룹 전체 순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이 순익 2조3740억원에서 2조2900억원으로 3.5% 덜 거둔 데다 우리카드(-34.1%), 우리금융캐피탈(-34.8%), 우리종금(-73.5%) 등 은행을 제외한 주요 자회사들도 줄줄이 순익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4대 금융 중 그룹과 은행 모두 순익이 감소한 것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주목할 점은 우리-하나은행 순익 추이다. 올해 9월 말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은 2조2900억원으로 하나은행(2조7664억원)에 4764억원 뒤처졌다. 최근 3년새 가장 큰 순익 격차다. 우리은행은 1년 전만 해도 하나은행에 1300억원가량 앞서, 2년 연속 은행권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2조3000억원대 벽을 넘지 못하고 뒷걸음치면서 1년 만에 20% 이상 순익을 끌어올린 하나은행에 추월당했다.
![우리-하나은행 순익 추이(단위: 원). [자료 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2/art_1703483166999_a1bc4e.png)
앞서 임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을 경영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지주는 전략 중심으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해 작지만 강한 조직이 돼야 하고, 자회사들은 모든 가치를 영업 중심으로 판단해 경쟁회사들보다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아쉬운 실적에 임 회장은 지난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금융지주 주식 1만주를 주당 1만1880원에 장내 매수, '주주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임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 보낸 편지글을 "변화를 만들어 내는 힘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음을 믿는다"면서 "수많은 변화를 누구보다 기대하며 함께 해달라"고 마무리 지었다.
'변화'와 관련해 당장은 은행을 필두로 한 '기업금융 강화'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우리금융이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기업금융의 명가로 인정받아 왔다"며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자"고 당부, 이런 '미션'을 바탕으로 지난 7월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사장을 은행 수장에 앉혔다. 이에 조 행장은 "중소기업 특화채널을 신설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겠다고 화답, 이후 우리은행 기업금융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