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픽사베이]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250/art_1702815623186_5d320e.jpg)
[FETV=권지현 기자] "은행이체, 카드결제, 주식투자, 보험가입 등 통합 인터페이스를 통해 개별 앱 사용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룹사 간 연계·확장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이 계열사의 핵심 기능을 한 데 모은 이른바 '슈퍼앱'을 잇달아 출시, 플랫폼 경쟁 2막에 나섰다. 슈퍼앱이 금융권의 '뉴노멀'(새 기준 또는 표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1막'이 은행, 증권, 보험, 카드 각 사의 앱을 통해 금융 서비스가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경쟁은 '원앱'에서 업의 경계 없이 해당 금융그룹 주요 상품 등을 한 곳에서 이용토록 한 것이 특징이다.
그룹 최고경영자(CEO) '자존심'도 걸려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그룹 중에서 가장 먼저 슈퍼앱을 내놓은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이 지난 1월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계열사 앱들과 통합해 슈퍼앱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KB월렛, KB페이와의 연계를 통해 '일상 속 금융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취임한 양종희 회장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KB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 초 임직원에게 '디지털 금융 혁신'을 당부, "부족한 지식과 기술력은 과감한 제휴와 투자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쉽으로 보완하고,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 새로운 개척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했으며, 지난 1월 취임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을 밝히면서 '디지털 혁신'을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18일 오전 8시 슈퍼앱 '신한 슈퍼쏠(SOL)'을 선보인다. 진옥동 회장 취임 후 첫 대대적인 앱 개편으로, 은행·카드·증권·라이프·저축은행 등 5개사 앱의 핵심 기능을 한 곳에 모았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지난 10월 은행·카드·증권·라이프 등 4곳의 앱 브랜드를 '신한쏠'로 통합했다.
신한금융의 슈퍼앱 출시는 '공식적으론' 5대 금융 중 두 번째 출격이다. 앞서 KB금융이 지난해 7월 KB스타뱅킹을 전면 새 단장해 슈퍼앱 경쟁 포문을 열었다. '시작'은 모두 2021년이었다. 신한은행은 신한쏠 '뉴앱' 프로젝트를 2021년 말부터 추진해 약 19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KB국민은행은 같은 해 10월 KB스타뱅킹을 원앱으로 만들었다.
'비공식적으론' 우리·하나·농협금융 등 나머지 3곳 모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내년 하반기 그룹 통합 플랫폼 '뉴원(WON)뱅킹' 출시를 예고했는데, 이미 우리은행은 2021년 12월 '우리원뱅킹'을 개편해 우리금융 계열사 자산 통합 관리에 나섰으며, 하나금융은 '하나원큐'를 중심으로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협금융은 지난해 '슈퍼플랫폼 구축'을 그룹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지주가 디지털전환(DT) 관련 임원들과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강화 대책' '대내외 DT추진 저해요인 해소 방안' 등을 고민하고, 은행이 '뉴NH올원뱅크' 앱을 출시해 농협 특화 서비스와 '비금융' '생활영역' 서비스를 발빠르게 앱에 집어넣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이 이처럼 지주와 핵심계열사가 하나가 돼 슈퍼앱을 내놓는 데는 종국적으로 '개인화된 금융·생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이후 출생한 인구집단) 뿐만 아니라 50세 이상 금융소비자들도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은행에 한정된 오픈뱅킹의 영역을 다른 금융 상품·서비스로 확장한 '오픈파이낸스'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금융그룹 관계자는 "오픈파이낸스로 소비자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본인의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한 곳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고, 금융사는 허가받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현재 슈퍼앱은 여러 계열사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집중돼 있으나, 향후 금융 외 비금융 생활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마이 플랫폼(My Platform) 구축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슈퍼앱이 금융그룹의 신사업 발굴·성장으로 이어져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정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사는 타 데이터 제공 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등 오픈파이낸스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한 예로, 소비자의 생활과 금융거래 여정을 분석해 세금·보험·대출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부터 적합한 상품을 소개·개발하는 것까지 무한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