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042/art_16976775476842_020b1a.jpg)
[FETV=박지수 기자]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Qoo10)이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했다. 앞서 큐텐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 바 있어 11번가까지 품을 경우 단숨에 국내 3위 이커머스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11번가 인수전을 총괄지휘하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지난달 말부터 큐텐과 투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하고 있는 큐텐은 지마켓(G마켓) 창업자로 ‘지마켓 신화’를 이룬 구영배 대표가 회사 매각 후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코스톤아시아와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큐텐이 진행 중인 11번가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큐텐에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현금+큐텐 지분’과 11번가 지분을 교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큐텐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를 얼마에 사들이느냐가 핵심이다.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달 말 큐텐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큐텐은 지난해 티몬, 올해 3월과 4월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각각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큐텐은 단순 계산으로 네이버, 쿠팡에 이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3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 23.3%, 신세계(G마켓·SSG닷컴 포함) 10.1%, 11번가 7.0% 순이다.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앞서 인수에 성공한 티몬(2.53%), 위메프(1.6%), 인터파크커머스(0.47%) 합산 점유율 4.6%다. 여기에 11번가(7.0%)를 포함할 경우 큐텐의 시장점유율은 11.6%로 급증한다. 이는 신세계(10.1%)를 제치고 이커머스업계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11번가까지 품으면 쿠팡과 네이버로 굳어진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흔들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를 끌어 모으는 것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와 관련이 있다. 현재 큐텐은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를 받고 있는데 앞서 인수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과 힘을 합쳐 해외 직구·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 직구 수요와 셀러들의 해외 진출 수요가 증가할수록 이용률이 늘고 큐익스프레스 실적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큐텐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재무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도 있다. 불과 1년새 4개의 커머스 인수를 급하게 추진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 2강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신세계나 롯데 등도 온라인 쇼핑몰을 키우고 있는 만큼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