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KB금융지주 CFO(최고재무책임자)에 선임될 당시 윤 회장의 모습.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831/art_16913246685735_65d083.jpg)
[FETV=권지현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오는 11월 20일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과의 인연으로 KB와 연을 맺은 지 20년, 그룹 수장이 된 지 9년 만이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재임하는 동안 KB금융은 총자산은 308조원(2014년)에서 701조원(2022년)으로 2.3배, 연 당기순이익은 1.4조원에서 4.4조원으로 3배가 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3조원에 육박한 순익을 기록,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윤 회장은 최근 용퇴를 결정하며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고 언급, "KB금융그룹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상고 출신 천재' '인수합병(M&A) 귀재' 등으로 불린다. 1973년 광주상고를 졸업한 그는 1년 뒤 외환은행에 입행했고, 은행을 다니면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획득했고 일본 근무 중에는 미국 공인회계사(AICPA)까지 따냈다. 특히 제25회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붙었으나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최종 임용에서 탈락, 회계사로 진로를 바꾼 뒤 승승장구했다.
이후 KB금융에 영입, 2014년 11월 그룹 회장에 오른 뒤에는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인수합병을 주도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KB금융에 안긴 이들 3곳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순익을 그룹에 안겨줬다.
![윤종규 회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1월 2일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올해의 KB Star 상(賞)'을 수상한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831/art_16913257246274_c713a1.jpg)
다양한 수식어로 불린 윤 회장이지만 그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시절은 여전히 회자된다.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의 대표적인 CFO 출신 CEO다. 그가 처음으로 KB에서 CFO를 맡은 때는 2002년 김정태 국민은행장 시절로, 당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윤 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김 전 행장이 삼고초려한 일화는 금융권에서 유명하다.
김 전 행장은 당시 다른 경영진은 모두 결정해 발표했지만 CFO 자리만은 윤 회장 영입을 염두에 둔 탓에 빈자리로 뒀다. 영입이 확정된 후에는 윤 회장에 대한 인사 보도자료에 '상고 출신 천재'라는 문구를 직접 써넣을 정도였다. 김 전 행장은 2003년 후임자 선정을 두고 "주요한 임원들을 대상으로 경쟁을 시켜볼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윤 회장은 당시 '포스트 김정태'로 이름을 날렸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통합 국민은행의 1기 경영진으로 화려하게 KB와 연을 맺은 윤 회장이었지만 2004년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하면서 처리한 회계처리 문제로 국민은행을 떠났다. 이후 6년 만인 2010년 복귀, KB 'CFO' 2막을 열었다.
이번엔 지주 회장의 부름을 받은 것으로,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은 그를 지주사의 CFO에 내정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KB금융그룹 전반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라는 과제를 맡겼다.
김 전 행장과 일하던 시절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들 간 '보이지 않는 편 가르기' 속에서도 양쪽 출신 모두에게 인정받았던 윤 회장은 지주 CFO를 지내면서도 그룹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CFO는 숫자를 분석하고 평가를 주로 하다 보니 데이터에 함몰될 수 있고 대내외 활동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반면 윤 회장은 KB금융지주 CFO 시절 본인만의 인사이트(통찰력)를 전달하는 데 능숙한 인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CFO, CEO로서 새 역사를 쓴 윤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포스트 윤종규'로 향한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양종희(개인고객·WM연금·SME부문장), 허인(글로벌·보험부문장), 이동철(디지털·IT부문장) 3명의 부회장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윤 회장과 비슷한 시기 김정태 전 행장이 국민은행으로 영입한 박정림 KB증권 사장 겸 KB금융지주 총괄·자본시장부문장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박 사장은 지난해 경제 전문 유명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김정태 전 행장이 '국민은행에 와서 함께 일해보자'라고 제안해 2004년에 오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행운이었다"고 언급, "현재 CEO인 윤 회장을 만나서 일을 많이 배운 덕분에 단단해지고 커질 수 있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