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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돈은 많이 벌었는데...부메랑으로 돌아온 '연체율'

상반기 이자이익 20.5조원 '사상최대'...고금리 속 건전성 지표 급속악화
연체율, 기업 '농협' 가계 '우리' 최고...은행장 '리스크 관리' 시험대 올라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연체율 급등으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오는 9월 말에는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종료될 예정이어서 연체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은행권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행장들이 잇달아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강조한 만큼 이들 최고경영자(CEO)들이 보여줄 리스크 관리 능력에 관심이 모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6월 말 기준 평균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 0.28%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0.17%)보다 0.11%포인트(p) 오른 것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폭 상승이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가장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해 6월 말 0.18%에서 올해 0.35%로 0.17%p 급등,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0.30%를 넘어섰다. 농협은행은 올해 3월 말에도 전년 동기보다 15%p 치솟으며 은행 5곳 중 연체율이 가장 큰 폭으로 나빠져 '건전성 개선' 과제를 떠안은 바 있다.

 

 

뒤이어 우리은행이 0.18%에서 0.29%로 0.11%p 상승, 0.30%에 육박했다.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은 2018~2020년 연체율 0.30%대 초반 수준을 기록했으나, 지난 2021년 0.23%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작년 6월 말에는 0.10%대 후반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다시 급등하면서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0.23%)과 하나은행(0.26%)이 1년 전보다 연체율이 0.10%p씩 악화됐으며, 신한은행은 0.27%로 0.08%p 나빠졌다. 

 

5대 은행의 연체율 악화는 이들이 가계·기업 대출을 통해 거둔 역대급 이자이익과 비견된다. 지난 6월 말 5대 은행은 이자이익 20조4912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낸 지난해 기록을 또 다시 경신한 것으로, 은행별 평균 증가율은 10.4%에 이른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하면서 예금금리는 낮게 책정하며 이자 장사에 치중하는 사이, 고금리 속에서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영세 중소기업이 급증, 이들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1년 새 연체율이 가장 많이 뛴 농협은행의 경우 기업, 그중에서도 중소기업 연체율은 전년 동기(0.25%)보다 배 이상 오른 0.51%를 기록했다. 5대 은행 가운데 특정 부문 대출 연체율이 0.50%를 돌파한 것은 농협은행이 처음이다. 국민은행 역시 중소기업 연체율이 작년 6월 말 0.11%에서 올해 0.26%로 0.15%p 뛰었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SOHO) 대출 연체율이 각각 0.32%, 0.46%로, 1년 전보다 0.18%p, 0.29%p 상승했다. 

 

기업대출 뿐만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다른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기업대출 증가율이 낮은 우리은행은 6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 0.31%를 기록, 1년 전(0.15%)보다 배 이상 나빠졌다. 5대 은행 중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는 9월 말 상환유예 또는 만기연장 종료 이후에는 추가 대출이 어려운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차주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9월 말 종료하기로 하고, 이후 일부 차주에 대해 최대 60개월간 분할상환, 2025년 9월까지 만기연장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연체율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최대 은행권 관심사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될 전망이다. 앞서 5대 은행장들은 이를 이미 인지, 올 초부터 연체율 모니터링을 시사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지난 1월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정교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으며, 같은 달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리스크 관리 체제의 고도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은행 자본의 안정적 관리는 저성장 시대 극복에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경영관리 활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