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화생명, 교보생명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729/art_16901075869028_905b63.jpg)
[FETV=장기영 기자] 국내 3대 대형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대규모 채권 발행을 통해 곳간을 채운다.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첫해인 올해 중소형사에서 시작된 자본 확충 바람이 대형사로 확산하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30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위해 오는 2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요 예측을 실시한다.
한화생명은 이번 수요 예측을 거쳐 오는 8월 2일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후순위채 발행액은 최대 5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채권을 발행한 다른 보험사들이 수요 예측 과정에서 흥행에 성공해 발행액을 늘린 점을 감안하면 한화생명 역시 증액 가능성이 높다.
실제 다른 대형사인 교보생명은 지난 5월 국내 신종자본증권 발행 당시 수요 예측에 투자자들이 몰려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2000억원을 증액 발행했다.
교보생명은 앞선 4월 연내 최대 1조1500억원 한도 내에서 국내외 신종자본증권 또는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중 최대 6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두 대형 생보사가 이 같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올해부터 시행된 IFRS17과 K-ICS에 대응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K-ICS 적용을 선택적으로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신청한 교보생명과 신청하지 않은 한화생명 모두 자본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변경하고 요구자본 측정 수준을 상향 조정한 K-ICS가 도입됐다.
새로운 자본건전성 지표인 K-ICS비율은 기존 지표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과 마찬가지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 3월 말 한화생명의 K-ICS비율은 181.2%다.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시 K-ICS비율은 183.7%로 상승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K-ICS비율은 경과조치 전 156%로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경과조치 후 K-ICS비율은 232.4%를 기록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채권 발행에 가세하면서 올해 초 중소형사에서 시작된 자본 확충 바람은 대형사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보험사들은 지난 상반기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를 위한 차환 발행을 제외하더라도 약 1조5000억원 이상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1월 25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 확충의 포문을 열었다.
3월에는 ABL생명, 하나생명이 각각 국내 후순위채 1300억원, 신종자본증권 1800억원 발행을 완료했다. 같은 달 재보험사 코리안리도 25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4월 800억원에 이어 6월 9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6월 후순위채 발행에서는 수요 예측 흥행으로 당초 계획한 500억원의 2배를 발행했다.
이들 보험사는 대부분 자본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험사들로, K-ICS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K-ICS 시행에 따른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보험사 감사 담당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2023년 상반기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자본 확충 시 소요 절차와 기간을 미리 점검하고, 이를 반영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또 K-ICS 시행에 따라 결산 시 기존 RBC에 비해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