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증시의 '큰손'이자 '수급 버팀목'인 외국인이 최근 6개월 새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 19일부터 이달 19일 6개월 동안 우리금융지주 주식 1601만6046주를 시장에 내놓았다. 금액으로는 1809억원 규모로, 거래량 기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4위에 자리한다. 1~5위 기업 가운데 금융사는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최근 1개월로 기간을 좁혀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 기간 우리금융 주식을 491만7024주 내던졌다. 순매도 종목 3등으로, 금액으로는 572억원에 해당한다.
외국인의 우리금융 '팔자' 행보는 이들이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보여준 '사자' 행보와 비견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증시 수급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국내 시장에서 24만3192주를 사들여 개인(67만6337주)에 이어 거래량 기준 순매수 투자자 2위를 차지했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외국인이 1등으로, 총 8.5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최근 6개월, 1개월 새 우리금융 주가가 각각 6.7%, 2.3%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이번 매도세는 차익실현 때문이 아니다. 경쟁사만큼 치고 올라가지 못한 실적이 외국인 매수세 행렬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팔자'를 이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올 1분기 우리금융은 순익 9113억원을 기록,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돌파하지 못했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8590억원으로 1년 전(7160억원)보다 20%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6671억원에서 9707억원으로 45.5% 급증한 것에 비하면 낮은 성장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에도 우리은행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 KB국민-신한은행에 이어 연순익 3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우리금융에서 은행 다음으로 큰 카드사는 1분기 순익 460억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860억원)보다 46.3% 크게 줄었다. 특히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작년 3월 말 0.52%에서 올해 0.98%로 급증, 최대 수준의 대손비용 적립을 예고했다. 우리금융 주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이 대형 금융지주 가운데 주주환원 정책이 가장 더딘 점도 외국인 매도세를 끌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배당의 경우 우리금융은 현재까지 분기배당을 정례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발판을 마련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지난해부터 분기배당을 해오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중간배당을 시행한 데다 올해 1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시작해 일찌감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확보했다.
향후 주주환원 확대 방안도 상대적으로 불명확하다. 우리금융은 최대한 이른 시기에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 12%를 달성하고, 이를 넘어설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13%, 12% 초과분에 대해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고, 하나금융은 13~13.5% 구간에 있다면 전년 대비 늘어난 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금융은 1분기 중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3bp(1bp=0.01%p) 하락했고 대출성장률은 -0.8%를 기록했는데, 가계대출 수요부진 감안 시 2분기 이후로도 이자이익 둔화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카드의 경우 대손율이 400bp를 상회하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비은행 건전성지표 악화는 시차를 두고 은행으로도 일부 전이가 예상되고, 향후 부정적 경기전망을 반영한 추가충당금 인식 가능성이 높아 대손비용 상승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