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HMM이 올해도 값비싼 선박 연료유와 해상 운임료 급락의 이중고 여파에도 재무 상황이 이상무(無)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원동력은 바로 현금성 자산이 올해도 조 단위를 유지해 넉넉한 현금 곳간을 비축했다는 판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 HMM의 전체 현금 자산은 4조9802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올 1분기의 경우 현금성 자산은 2조3870억원을 보유해 현금 곳간이 넉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HMM의 현금성 곳간이 넉넉한 이유는 바로 실적과 연관이 깊다. HMM의 작년 성적은 코로나 물동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역대급이였다. 매출은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 당기순이익 10조66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겼다.
다만 올해는 작년과 비교하면 해운 업황이 침체기다.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2조816억원, 영업이익 3069억원, 당기순이익 28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2조8371억원, 2조8417억원, 2조8464억원 각각 급락했다.
그럼에도 HMM 입장에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자산은 2조3870억원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즉 고(高) 선박연료유와 해상운임료 급락의 이중고에도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HMM의 선박 연료유 매입액은 2593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톤(t) 당 평균 선박용 연료유 값은 414.2 달러다. 이는 작년 평균 516.63 달러 대비 102.13 달러 감소했지만 2021년(413.83 달러), 2020년(262.96 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고(高) 선박유인 셈이다.
이 뿐 아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해상운임료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 14일 국제해상운임료의 기준 지표인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979.11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하반기 SCFI가 5000과 비교해 현재 5배 이상 급락한 상태다. 작년 하반기부터 SCFI가 곤두박질치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같은 주요 이유는 물동량 감소 때문이다. HMM은 2021년 하반기 이후부터 코로나로 정체됐던 수출입 물동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초대박 성적을 터트렸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부터 고금리 현상, 세계경기 침체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SCFI가 급락하고 있다.
특히 핵심 노선인 미주와 유럽 항로 운임료가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입 물동량의 수익은 컨테이너의 개수를 몇 개 실어 날았는지로 계산한다. 컨테이너 한 개를 1TEU(20피트 길이)로 불린다. 그런데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이러한 컨테이너 1TEU당 운임료가 전년 대비 평균 90% 이상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러한 이중고에도 불구하고 HMM은 조 단위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앞세워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HMM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이같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비결은 해운물류 경쟁력이 튼튼하게 뒷받침 해주기 때문이다. HMM은 국가경제 성장에 필수인 원자재 운송(벌크운송)을 비롯해 일반 물품을 실어나르는 수출입 컨테이너선 운송을 주력으로 한다. 한 마디로 글로벌 경제를 움직일 수 있도록 인간으로 비유하면 대동맥의 혈류가 이동하는 것과 유사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의 운임료 급락과 고(高) 연료비에도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 안정적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국가 핵심 물류인 원자재 등의 해운물류 경쟁력에도 이비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