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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뿌리고 김성태 키운다...기업은행, '한국판 벤처대출' 속도

실리콘밸리식 벤처대출 시행 6개월...전임 행장 바통 이어 '순항' 중
올해 1000억원 공급·추가 지원..."혁신기업, 데스밸리 극복·성장 도울 것"

 

[FETV=권지현 기자] IBK기업은행이 국내 금융권 처음으로 도입한 '실리콘밸리식 벤처대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벤처대출은 윤종원 전 행장이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둔 지난해 12월 도입, 후임 김성태 행장에게 바통을 넘긴 사업이다. 전현직 행장이 뜻을 모아 은행권 첫 번째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자금이 필요한 혁신 벤처·스타트업을 위해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스타트업이 기업은행에서 'IBK벤처대출'을 지원받고, 이후 기보에서 '벤처대출 연계보증'을 발급받아 기업은행에서 스케일업 자금을 다시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벤처대출은 투자를 유치한 혁신 벤처·스타트업에게 최대 10억원까지 자금을 지원한다. 연계보증은 벤처 대출을 받은 기업에 투자 유치금액에 따라 최대 20억원까지 연계보증을 제공하고 보증의 일정 부분을 투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 스타트업으로선 스케일업 단계라도 안정적으로 금융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른바 한국판 실리콘밸리 벤처대출로, 윤종원 전 행장은 글로벌 스타트업의 산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국내에 선보이기 위해 현지 벤처대출을 국내 환경에 맞게 수정·보완, 작년 12월 국내에 들여왔다.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둔 시점으로,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이다. 국내 금융사가 실리콘밸리식 벤처 대출 모형을 들여온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본지 2022년 12월 2일자, '윤종원 '마지막 선물'은 스타트업계에' 참고)

 

전통적인 실리콘밸리 벤처대출이 초기 투자유치에 성공한 유망 스타트업이 사업 중기 이후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붙은 단일 대출 상품이라면, 기업은행의 벤처대출은 대출과 신주인수권부사채 각각을 조합해서 하나로 만든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말한다.

 

당시 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에 "미국 방식 그대로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관련 법안이 현재 계류 중이라 애로사항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 미 실리콘밸리식 벤처 대출에 상응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현재의 방안을 고안했다"면서 "초기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까지는 첫 투자금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데 요즘같이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에, 이들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이번 상품 모델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벤처대출을 통해 벤처투자기관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유망 스타트업에게 낮은 이자로 사업 자금을 지원하고, 향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권리를 활용해 기업가치 상승이익을 공유한다. 이는 재무성과와 담보가 부족해 일반대출을 받기 어려운 초기 혹은 유망 스타트업에게 후속 투자를 받을 때까지 브릿지론 방식으로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출을 받을 스타트업은 전문성을 지닌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AC) 등의 추천을 받은 뒤 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선발한다.

 

벤처대출은 지난 1월 VC, AC 포함 총 16개 벤처투자기관과 손잡고 투자기업을 추천받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닻을 올렸다. 이들 벤처투자기관과의 협약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취임 채 보름도 지나지 않은 김성태 행장이 직접 참석해 사업의 진정성을 알렸다.

 

기업은행은 올해 IBK벤처대출 1000억원을 공급하고, 자금 소진 시 규모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3개월 만에 십수 개가 늘어난 29개 벤처투자기관과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달에는 거꾸로 기업은행이 추천한 혁신 스타트업을 기보가 연계보증해 더 많은 자금을 벤처기업에 공급하기로 하는 등 사업 체계도 확장되는 모습이다.

 

김 행장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가장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자금조달이 어려워 데스밸리(창업 3~5년차 기업이 겪는 경영난)를 겪는다"면서 "벤처투자기관과 협업을 통해 혁신기업들이 데스밸리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