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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증권사도 못한걸 해냈네...금융위가 콕찍은 금융사는

BC카드, 해외 진출 8년 만에 '주목'...현지 네트워크 연결 '정공법' 주효
타 금융사 'M&A'방식과 비교...현지 신뢰성 확보·사업 기금 마련 과제

 

[FETV=권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BC카드를 글로벌 진출 '우수 금융사'로 꼽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통상 국내 금융회사들이 인수합병(M&A)과 지분 확보 등으로 글로벌 사업 발판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현지 '뿌리' 없이 국내 전략을 그대로 해외로 들고 나가 맨몸으로 부딪혀 'K-금융'을 알린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은행·금융투자·보험·여신·핀테크 등 전 금융업권 관계자·전문가 등과 함께 '금융산업 글로벌화 종합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권 해외진출 현황과 건의사항을 공유하고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지난 3월부터 금융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세미나와 현장 간담회를 열고 있는데, 이날 자리는 그간의 고민과 성과를 공유하고 마무리하는 종합 간담회였다.

 

눈에 띄는 점은 첫 번째 세션에서 BC카드가 해외 진출 사례를 공유한 대목이었다. 이날 자리에는 금융위와 유관·연구기관 외에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금융투자·여신금융·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 6개 금융협회, 하나은행, 한화생명, 삼성화재, NH투자증권, KB캐피탈, BC카드 등 금융사들이 참석했는데,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금융사인 BC카드가 '글로벌 시장 도전기'를 발표한 것이다.  

 

이날 BC카드는 2011년부터 추진해 온 글로벌 사업 전략을 소개하면서, "동남아·중앙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K-지불결제' 시스템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민간사업자로서 해외시장에서 신뢰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금융당국, 공공기관 등의 협력 지원을 통해 시장 진출이 가능했다"면서,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 지불결제기관과의 제휴 사례(2017년), 인도네시아 국책은행에 대한 매입시스템 공급(2019년), 키르기스스탄 중앙은행 산하기관 매입시스템 공급(2023년)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BC카드의 글로벌 진출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BC카드의 해외 사업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인프라·네트워크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설계하고, 현지 중앙은행과 산하 지불결제 기관을 대상으로 자사 지불결제 시스템 공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성공한다면 한국의 금융결제 시스템 안착, 현지 금융 인프라 협력과 금융당국간 상호 교류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결제 네트워크를 연결해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적용해 '본업'의 무대를 확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C카드는 디지털 결제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이 기술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는데, 현재 11개국에서 N2N(Network to Network)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5년 인도네시아 진출을 통해 처음으로 해외 공략에 나선지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는 다른 카드사들이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 하거나 지분 확보를 통해 카드나 금융상품을 현지 국민에게 파는 모습과 비견된다. 현재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인도·베트남은 각각 지분 확보와 자회사 편입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장한 경우다.

 

은행, 보험·증권사 등 덩치가 큰 금융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도네시아에 공들이고 있는 KB국민은행은 현지 발판 마련을 위해 2018년 7월 부코핀은행 지분을 22% 취득해 2대 주주가 됐으며, 삼성화재는 베트남 손해보험사 피지코와 영국 보험사 캐노피우스 등에 투자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2015년 홍콩법인을 보유하게 됐는데, 현재 홍콩현지법인은 종합증권사 지위를 획득해 NH투자증권의 핵심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외 진출 전략은 금융사마다 각사의 니즈(필요)에 맞춰 수립하는 것이기에 일괄적인 비교가 힘들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금융지주·은행 등은 막대한 자본력을 활용해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지 금융사 지분 확보, 인수합병 등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BC카드의 해외 사업 성과는 국내 중소 금융사가 당국과 함께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 민간사업자로서 높은 신뢰성 확보, 사업 추진을 위한 기금 마련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BC카드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의 경우 큰 틀에서는 한국 금융의 우수성 알리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앙아시아 등은 투자 예산 부족으로 사업 추진 시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데, 대외협력기금(EDCF)이 디지털 지불결제 인프라 구축과 운용에 활용 될 수 있도록 당국에 협조를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