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회사 이전을 요구하며 돌아섰던 민심은 회사의 적극적인 피해보상으로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다만 화재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화재에 이어 오너리스크까지 덮친 한국타이어가 악재를 털고 다시 비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6월 19일. 이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발생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지난 3월 12일 오후 10시경 대전공장서 발생한 화재는 2개의 공장과 3물류창고에 있던 타이어 완제품 21만개를 앗아갔다. 늦은 시각 발생한 불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실된 타이어의 피해액만 수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장에 있던 각종 시설과 집기를 포함하면 피해액이 1000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 화재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피해액 전부는 아니라도 일정부문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에 불이 날 것을 대비해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4개 손해보험사에 재산종합보험을 가입했다. 최대 보험금 규모는 3000억원이다.
다만 해당 보험금을 타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선 1년 이내 공장을 신설 또는 재건해야 하는데 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인근 주민들이 공장 재건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의 구청장이 1인 피켓 시위를 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해당 지역은 대전광역시 대덕구다. 최충규 대덕구청장은 지난 4월 3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했다. 한국타이어의 피해보상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국타이어는 민심 회복에 나섰다. 화재가 발생한지 이틀만에 ‘헬프데스크’를 운영하며 피해를 입은 거주민들의 피해 회복에 나섰다. 헬프데스크는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거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TF팀이다. 이뿐 아니다. 목상동주민센터에 ‘주민지원센터’도 별도로 만들어 민원 해결에도 사력을 집중했다.
한국타이어는 화재로 발생한 분진과 그을음 등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정화 활동도 시작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인근 지역 상가, 아파트 단지와 주택 등을 돌며 물청소, 운동장 모래 교체, 에어컨 실외기 필터 교체 등을 진행했다. 한국타이어는 또 화재 당일 대피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숙박시설에 머물렀을 경우 영수증을 통해 해당 내용을 증명한다면 그 비용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정화활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뿔났던 민심도 차츰 가라앉는 분위기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공장 이전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주민 A씨는 “화재가 났다고 해서 떠나라고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다”라며 “화재 때문에 불안한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적극적인 피해 보상으로 민심 달래기에 성공하는 모양새지만 노조와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두 얼굴의 회사라는 비난도 들린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의 생활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엔 총 3개의 공장이 있다. 이중 2개의 공장은 화재로 가동을 멈췄다.
문제는 해당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다. 공장은 멈췄는데 임금은 줘야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만 매일 32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 측은 가동이 멈춘 공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순환 배치와 명예퇴직, 유급휴직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번 조치로 총 830명 안팎의 근로자들 중 500명 가량은 다른 곳으로 순환 배치 받았지만 330명 가량은 집에서 쉬어야 했다. 이중 60명은 명예퇴직, 270여명은 유급휴직 상태다. 유급휴직은 기본급의 70%를 받는다. 하지만 유급휴직 상태서 받는 반토막 급여(기본급의 70%)로는 생활하기 어렵다는 게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한국타이어 유급휴직 대상 노동자는 “왜 불이 났는지 알지도 못하고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내가 일을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애도 둘이나 있는 데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만 급여의 절반 이상이다. 유급휴직으로 받는 기본급 70% 임금으론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국타이어 측에서는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곤 있지만, 현실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휴업 인원에 대해서는 인력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해 전환배치 등의 방안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일을 쉬고 있는 사원들에게 기본급의 70%를 월급으로 주면서 고용안정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