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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빅4 떠난 외국인...신한·하나 가장 많이 팔았다

시총 10조 이상 은행주, 1년새 평균 1.71%p 매도...'반도체'와 비교
관치·수익성 우려에 '저평가' 매력 줄어...'배당 확대' 효과 나타날까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주식시장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도체, 2차전지 순매수에 코스피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외국인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은행주로 초점을 돌리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1년간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인 국내 은행주 '빅4' 지분을 모두 줄였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관치 금융 그림자가 짙어지는 데다 은행들의 연이은 최대 실적 행보가 이후에도 계속될지에 대한 의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1년간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카카오뱅크 등 국내 대형 은행 주식을 내다 팔았다. 평균적으로 줄인 지분은 1.71%포인트(p)다. 이들 은행주들의 평균 시총은 15.3조원에 달한다. 

 

회사별로는 신한지주 지분을 가장 많이 줄였다. 지난해 5월 26일 62.47%이던 외국인 비중은 이달 26일 59.68%로 1년 새 2.79%p 줄어들었다. 이에 신한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됐다. 하나금융도 2%p 이상 내다 팔았다. 작년 이맘때 72.8%이던 외국인 비중은 지난 26일 70.26%로 2.54%p 감소했다. 

 

저평가 매력이 부각돼 2년여 전 외국인 비중 60%를 돌파한 신한지주와 대형 금융그룹 중 외국인 지분이 톱 수준인 하나금융이 우선 매도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15.07%에서 14.06%로 1.01%p, KB금융은 73.05%에서 72.54%로 0.51%p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대형 은행주를 내다 판 것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돈 잔치' 비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관치금융에 민감한 외국인들이 대통령과 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은행의 자율적인 경영을 침해할 것이라 받아들이면서 투자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은행주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행동 캠페인을 벌이면서 연초 15% 안팎 급등세를 보였으나, 2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발언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올해 국내 은행업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가계와 개인사업자의 대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경기 부진 등으로 대손비용이 늘어난 점이 수익 우상향에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실제 4대 은행주의 작년 12월 말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98%였으나, 올해 3월 말 1.92%로 3개월 만에 0.06%p 하락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올해 대출 증가율은 가계대출 수요 감소로 인해 명목경제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라며 "가계대출 역성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가계대출 시장 포화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가계대출 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급격한 금리 상승,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신용대출은 금리 상승으로 레버리지 투자수요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배당을 중심으로 한 주주환원책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달 대형 금융지주들은 올 1분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이전보다 확대되고 명확해진 주주환원 정책을 일제히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직접 참석, 글로벌 사업가들과 투자자들을 만나 자사 서비스의 우수성도 알렸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은 이자이익 수익성 하락을 기타 비이자이익과 충당금 비용에서 만회할 전망"이라며 "배당성향 기준으로 국내 은행주는 하위권에 포진해 있는데, 배당성향 상승만으로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