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아들아, 회사를 잘 부탁한다!”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의 심정이 이럴듯 싶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가운데 무보수 명예회장직 역할만 수행키로 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박 사장의 지분율만 보더라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박 사장의 지분율은 7.45%(218만3120주)로 박 회장(6.96%, 203만9629주)보다 앞서 있다. 박 사장이 지분율이 높았던 것은 비단 지난해만의 상황이 아니다. 박 사장이 부친인 박 회장보다 지분율이 높았던 시점은 이미 13년전인 2010년 말부터다. 이같은 상황을 볼 때 일찌감치 박 회장이 3세 경영을 준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앞서 박 사장은 지난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였다. 하지만 매각 작업을 통해 지금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석유화학은 전혀 별개의 기업이다. 당시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에서 회계팀 부장을 거쳐 금호석유화학의 해외영업 부장 등의 중요 보직을 거친 뒤 2012년부터 상무인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때부터 금호석유화학 사업의 중요 경영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부사장의 중책을 맡았다. 이어 작년 12월부터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은 박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도는 박 사장이 친아들 이전에 경영성과를 톡톡히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하다.이로 인해 3세 오너 승계자로 박 사장을 낙점한 셈이다. 이로써 박 회장이 47년간 몸담았던 금호석유화학에 경영 바통을 박 사장을 사실상 넘겨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자진 회장직을 물러난 계기는 취업 제한을 받은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2018년 12월 박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법원은 박 회장에게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박 회장이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로 취임했다. 문제는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 하지 않았다라는 점이다. 이후 박 회장이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다행히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다. 최근 박 회장은 소송을 취하하면서 1심 판결로 확정해 2025년말까지 취업이 제한됐다. 박 회장이 올해 76세인데 2년 후 취업제한이 풀리면 78세다. 이에 그룹 회장직을 이어가기는 다소 부담감을 느끼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이 자진 사태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지난해 박준경 사장은 녹록치 않은 석유화학 사업의 한 해를 경험했다. 경영성적표가 신통치 않았다. 작년 경영 성적은 매출 7조9756억원, 영업이익 1조1477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물론 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고환율, 고원자재값, 고유가 등 불안한 글로벌 경기 상황에도 선방한 셈이다. 올해도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합성수지(PS, ABS, PPG) ▲노화방지제 ▲탄소나노튜브(CNT) 신소재 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먼저 합성고무는 NB라텍스 브랜드로 세계 톱 시장점유율 달리고 있다. 합성수지로는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한다. 대표적으로 ABS(아크릴로나이트릴, 뷰타다이엔, 스타이렌 합성수지), PS(폴리스틸렌), PPG(폴리프로필렌 글리콜, 우레탄의 주원료) 사업을 영위한다. 첨단소재인 CNT에도 주력하고 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를 활용한 의료용 장갑 NB라텍스 등이 신통치 않았다”며 “올해는 글로벌 영업활동 강화로 수익 확대에 총력전을 펼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