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3일 열린 취임식에서 그룹 깃발을 힘차게 흔들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518/art_16834568888619_2f8b29.jpg)
[FETV=권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월 방일에 이어 이달 7~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되자 양국 간 경제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금융그룹 중에선 신한금융그룹이 일본과 남다른 인연을 이어온 만큼 진옥동 회장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 대표적인 '일본통'인 그가 회장에 올랐으니 양국 경제 협력 확대에 따라 신한금융의 '대(對)일본 행보'가 이전보다 과감하고도 적극적으로 펼쳐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는 국내 다른 금융사에도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 회장은 약 4년간 신한은행장을 지낸 뒤 올해 3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동포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그로부터 20년 뒤인 2001년 9월 이뤄졌는데, 현재 신한지주 사외이사 9명 중 3명(김조설·진현덕·배훈)이 재일교포 주주 추천 인사들이다. 신한금융과 일본 간 인연이 햇수로만 41년인 셈이다.
진 회장은 41년 인연 중심에 서있다. 1997년 신한은행 오사카지점 근무를 통해 일본과 연을 쌓기 시작한 그는 2009년 9월 그룹이 일본 SBJ를 손자회사로 편입한 이후엔 SBJ 오사카지점 지점장, 법인장, 사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의 경력이 신한은행 부행장, 지주 부사장, 신한은행장이라는 점은 그룹 내에서 SBJ 업무 경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가 임무를 얼마나 잘 감당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BJ는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은행 국외점포 전체 자산·손익 비중에서 각각 24%, 18%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 전문가인 진 회장은 회장에 오른 뒤 활발한 대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21일 취임 후 첫 해외 투자자 미팅(IR) 행선지를 일본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일본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당시 방문에서 진 회장은 일본 금융청과는 SBJ 지원방안을, 미즈호, SMBC, 일본은행(BOJ) 등과는 수출입기업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진 회장은 일본 금융청, BOJ, 미즈호 전·현직 인사들과 인연이 깊다. SBJ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며 양국을 오간 덕분에 나카지마 준이치 금융청장과 히미노 료조 BOJ 부총재, 미즈호금융그룹의 사토 야스히로 전 회장과 기하라 마사히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과 깊은 유대를 갖고 있다.
진 회장은 IR 당시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교류가 다시 시작 되면 한일 양국의 관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신한금융이 초석이 돼 투자, 무역 등 민간 영역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 한일 경제 교류 상승 기대감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인지하고 앞으로 적극적인 대일 금융 외교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진 회장 취임 채 보름이 지나기도 전인 지난달 5일, 신한금융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일본 진출 스타트업 공동 육성과 한일 스타트업 간 교류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다는 전략이다. 중진공은 도쿄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활용한 스타트업의 현지화 진단을 지원하고, SBJ는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지 네트워크와 금융업무를 지원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가속화에 따른 우리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룹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이달 3일 도쿄 키라보시 금융그룹과 디지털 금융 사업 확대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키라보시는 일본 수도권 중소기업과 개인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그룹으로, 이번 만남은 양국 대형 금융사가 직접 손잡은 사례로 금융권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신한은행은 2020년 4월 IT(정보통신기술)시스템 자회사 'SBJ DNX'를 세우고 키라보시 'UI 뱅크'에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맞손으로 리테일·디지털 신사업 등으로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키라보시와 협력을 보다 강화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을 함께 추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