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 전후 2022년 당기순이익. [자료 각 사 감사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313/art_16801610041084_b74024.jpg)
[FETV=장기영 기자] 올해부터 시행된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으로 대형사의 당기순이익은 크게 증가한 반면, 중소형사의 당기순이익은 감소하거나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심화할지 주목된다.
31일 각 보험사가 2022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IFRS17 재무영향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2개 대형 생명보험사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IFRS17 적용 전 9710억원에서 적용 후 2조2421억원으로 1조2711억원(130.9%) 증가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기준이다.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수익은 수취한 보험료를 모두 인식하지 않고 매년 계약자에게 제공한 서비스를 기준으로 인식한다.
회사별로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6167억원에서 1조2198억원으로 6031억원(97.8%)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543억원에서 1조223억원으로 6680억원(188.5%) 늘어 증가폭이 더 컸다.
대형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이 IFRS17 적용 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중소형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신한라이프, KB라이프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DB생명 등 5개 중소형 생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IFRS17 적용 전 9143억원에서 적용 후 7201억원으로 1942억원(21.2%) 감소했다.
은행계 생보사 신한라이프는 4705억원에서 4230억원으로 475억원(10.1%), KB라이프생명은 2426억원에서 1017억원으로 1409억원(58.1%)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970억원에서 116억원으로 854억원(88.0%)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KDB생명 역시 481억원에서 387억원으로 94억원(19.5%)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이들 중소형사 가운데 IFRS17 적용 후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생명의 당기순이익은 561억원에서 1451억원으로 890억원(158.6%) 늘었다.
이 밖에 또 다른 중소형 생보사인 푸본현대생명의 당기순손익은 IFRS17 적용 전 293억원 이익에서 적용 후 2051억원 손실로 돌아서 충격파가 컸다.
다만, 은행계 보험사를 비롯한 일부 보험사의 경우 올해부터 IFRS17과 함께 적용되는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을 조기 적용해 다른 보험사와 산출 방식에 차이가 있다.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313/art_16801610329707_0ad230.jpg)
IFRS17 적용 전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희비가 크게 엇갈린 것은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IFRS17 적용 전 4조1329억원에서 적용 후 6조1997억원으로 2조668억원(50%)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1조1414억원에서 1조4764억원으로 3350억원(29%), DB손보는 9806억원에서 1조6703억원으로 6897억원(70%) 당기순이익이 늘어 1위와 2위가 바뀌었다.
3위 메리츠화재 역시 8683억원에서 1조3103억원으로 4420억원(51%)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은 5609억원에서 1조1820억원으로 6211억원(111%)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대형 손보사 중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곳은 은행계 손보사인 KB손보가 유일하다.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5817억원에서 5607억원으로 210억원(4%) 줄었다.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인 한화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3021억원에서 2755억원으로 266억원(8.8%) 감소했다. 롯데손해보험은 당기순손실이 631억원에서 819억원으로 확대돼 적자폭이 더 커졌다.
다른 중소형사인 흥국화재의 경우 1480억원에서 2520억원으로 1040억원(70.3%)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왼쪽부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313/art_16801610474217_e97610.jpg)
IFRS17 적용 이후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의 상반된 당기순이익 흐름은 핵심 수익성 지표인 CSM 확보 여부에 따라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CSM은 올해 IFRS17 도입과 함께 등장한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보험계약 체결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의미한다.
보험사들은 올 들어 수익성이 높고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高)수익성 상품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는 한편, 법인보험대리점(GA) 등 다양한 판매채널을 활용한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초 입을 모아 CSM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 회계제도 하에서 보험계약 평가 방식의 변경에 따라 CSM이 높은 상품 위주로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사업비의 효율적 집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해진 NH농협생명 사장은 취임사에서 “보험 영업의 미래 수익성인 CSM이 높은 보장성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하는 동시에 위험 보장이라는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