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왼쪽)와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진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101/art_16729146648967_682d84.jpg)
[FETV=장기영 기자] 2023년 새 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첫 신상품을 출시한 생명보험업계 2위 경쟁사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선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속 보험설계사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고유의 상품인 종신보험의 보험료를 낮추고 보장은 확대하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주력했다. 반면, ‘제판(제조+판매)분리’ 이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해 생명·손해보험사의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한화생명은 재해보험을 선보이며 제3보험 시장 공략에 나섰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최근 올해 첫 신상품으로 각각 ‘교보 뉴 더든든한 종신보험’, ‘한화생명 넘버원 재해보험 2301’을 출시했다.
교보생명은 생보업계 신상품 주류인 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도 질병 사망 체증, 저해지환급형 설계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와 달리 한화생명은 손보사들이 주력 판매해 온 상해보험의 보장 범위와 금액을 확대한 재해보험을 선보였다.
업계 1위 삼성생명에 이어 2위 자리를 다투는 두 생보사가 새해 신상품 경쟁에서 엇갈린 선택을 한 것이다.
교보생명의 뉴 더든든한 종신보험은 금융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적게 받는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으로, 사망 보장과 함께 안정적 적립금 마련이 가능하다.
특히 가입 초기 질병으로 인한 사망 보장을 축소하고 매년 보험금이 10%씩 체증되는 질병 사망 체증, 보험료 납입 기간에는 일반형에 비해 해약환급금이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저해지환급형 구조를 도입해 고객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였다.
이와 함께 다양한 특약을 통해 암과 허혈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은 물론, 항암방사선약물치료와 혈전용해치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경쟁사인 한화생명의 넘버원 재해보험은 각종 재해사고를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총 47종의 특약으로 구성된 ▲골절안심 ▲운전자 ▲아웃도어케어 ▲올케어 등 4종의 플랜 중 고객이 원하는 유형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골절안심 플랜은 발생 빈도가 높고 치료 기간이 긴 골절사고를 집중 보장하며, 운전자 플랜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보장 혜택을 제공한다. 아웃도케어 플랜은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차박(차량 내 숙박)’, 등산, 골프 등 야외 활동 시 발생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은 상품 가입 시 교통사고 부상 지원 특약 또는 자동차사고 부상 치료비 보장 특약을 선택 가능하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교통사고 부상 지원 특약에 가입하면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 중상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다.
두 생보사가 이 같은 선택을 한 데에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상품 트렌드 변화와 함께 주력 대면 판매채널의 차이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부터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은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K-ICS가 함께 시행된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의 보험영업수익은 수취한 보험료를 모두 인식하지 않고 제공된 보험서비스를 기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전속 설계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교보생명과 자회사형 GA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한화생명의 차이점도 엇갈린 선택으로 이어졌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 대형 생보사 중 최초로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를 단행해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GA 피플라이프 인수를 완료하면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등 총 3개 GA, 설계사 2만4000여명으로 구성된 거대 GA 연합을 결성했다.
GA 설계사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와 달리 생·손보사의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상 GA 소속 설계사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생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저렴한 손보 상품을 끼워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넘버원 재해보험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한화생명은 넘버원 재해보험 출시를 시작으로 손보를 아우르는 제3보험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