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항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251/art_16716728453366_9513db.jpg)
[FETV=김진태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때 기존에 책정해 둔 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운영자금만 2조원을 훌쩍 넘기는 데다 이자비용 지출도 많이 남아 있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도 대한항공 입장에선 부담되는 대목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일본, 중국 등 경쟁당국으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결합 심사에서 통과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납입금은 1조5000억원이다. 증자가 마무리될 경우 대한항공이 손에 쥘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63.9%다.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는 대로 1조5000억원의 자금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 할 채무가 투입되는 자금보다 2배 가까이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갚아야 할 운영자금 대출은 2조9714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채무변제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19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보다 1000억원 가까이 많은 2790억원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갔다.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큰 탓에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24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당기순손실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이자비용 대문에 지속적인 손실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의 자금수혈로 빚을 일부 정리한다 하더라도 순수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대출 상환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주요 자회사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같은 기간 에어서울의 자본총계는 2616억원가량 감소했다. 지난 2020년 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비용을 책정했을 당시보다 에어서울의 자본(-838억원)이 2000억원 가깝게 더 줄어든 셈이다.
에어부산의 상황도 비슷하다. 계속된 적자로 에어부산의 납입자본금은 1166억원, 자본총계는 502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잠식률은 57%다.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의 경우 자본금 전액이 잠식되거나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를 넘길 경우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목전에 둔 대한항공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지만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금리상승 기조에 천정부지로 치솟던 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료와 항공유 등을 달러로 결재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내릴수록 환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2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88원을 기록하며 3달 전인 9월 22일(1406원)보다 118원 내렸다.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아시아나항공의 환손실은 2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은 3달 전과 비교할 경우 앉아서 3000억원 가량의 환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주요 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조5000억원의 유증대금 유입 시 아시아나항공 및 관련 자회사들도 당분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유동성 관리 계획을 촘촘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